I LOVE A·C·E…패자부활 상품에 베팅하는 강남 부자들

역시 고수…남들이 외면한 곳에 투자

콩·옥수수에 투자하는 ETF, 1억씩 매수해 놓고 기다려
年 3~4% 수익보증 中은행 신용DLS, 3월에만 300억어치 팔려나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주식 직구도
고액 자산가들의 최근 주요 투자대상은 ‘A·C·E’이다. 농산물(Agriculture), 중국 은행들의 신용 연계 파생결합증권(China DLS), 신흥국 주식시장(Emerging market)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 밀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이나 인도네시아 등 우량 신흥국 주식, 중국 은행들의 신용등급 등을 기초로 한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 평균 수익을 뛰어넘는 ‘플러스 알파(α)’ 수익률을 노리는 발빠른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결론이다.

○밀·콩 ETF에 1억원씩 투자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타이거 농산물선물(H) 상장지수펀드(ETF)’의 4월(1~9일)하루 평균 거래량은 1만3959주다. 지난 1월 하루 평균 거래량(5232주) 대비 165% 늘었다. 이 상품의 수익률은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밀 콩 등의 선물가격지수인 ‘S&P GSCI Agriculture Ehanced Index’의 가격 변화에 따라 결정된다.

농산물선물 ETF의 거래 증가는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의 건조한 날씨와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정정불안 등으로 올해 밀 콩 등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다. 현재 국제 밀 가격은 작년 말 대비 12.6% 올랐고 국제 옥수수 가격도 18.5% 상승했다.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이달 들어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미국 원자재 ETF 전문 운용사인 ‘테크리움’의 밀과 콩 ETF를 1억원 정도씩 매수해놓고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원자재 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증시에 상장된 ETF는 종합소득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은행 신용 DLS 인기

중국 은행들의 신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도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공상은행이나 농업은행 등 특정 중국 은행이 만기(3개월) 내 부도가 나지 않으면 연 3~4%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하나대투증권 서울 강남지역 지점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달 총 300억원 규모의 중국 은행 신용 연계 DLS나 DLF(DLS에 투자하는 펀드)가 팔려 나갔다”며 “지난 1분기에 커진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지면서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주식 직접투자 늘어 인도네시아 등 우량 신흥국 주식도 강남 고액 자산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인도네시아 주식 직접투자 금액은 122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9억원 늘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로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이 작년 하반기 16.67% 떨어졌지만 올 들어선 15.14% 반등하며 안정세를 되찾고 있어서다. 경제지표도 개선 중이다. 인도네시아 2월 무역수지가 7억9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흑자로 돌아서고 3월 물가상승률도 7.32%로 2월(7.75%) 대비 낮아졌다.

신한금융투자의 강남지역 한 PB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작년 하반기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최근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신흥국에 대해선 일부 고액자산가들이 직접 주식을 사고 있다”며 “신흥 아시아 국가 투자 비중이 높은 공모 펀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