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키움은 증권업의 아마존…혁신의 아이콘 평가받겠다"

Cover Story - 키움증권

차별화로 불황에도 선전
지속가능한 수익 염두…온라인·모바일 부문에 집중
고객과 15년 소통의 결실

자산운용사 빅5로 도약
우리자산운용 인수는 성공작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 키우며 온라인용 특화상품 내놓을 것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우리자산운용 인수를 발판삼아 자산운용사 빅5로 도약하겠습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사진)은 2009년 취임 이후 5년이 5개월 같았다고 했다. 자산운용업 진출, 저축은행 인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 등 굵직한 건들을 성사시키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다. 요즘은 주식거래가 위축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기반이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 사장은 이런 와중에도 키움증권이 꾸준하게 성장하는 비결에 대해 단순명쾌하게 답했다.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고 온라인·모바일 부문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절제력을 잃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키움증권이 증권업계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점도 증명해보이고 싶다”고 했다.

▷불황에도 선전하는 이유를 좀 더 설명해주시죠.

“키움증권은 증권업계 후발주자입니다. 많은 선발주자가 있는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살아남을 길은 차별화뿐입니다. 단순히 외형을 확대하기보다 지속가능한 수익을 내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권업계 불황이 이렇게 오래갈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오프라인 지점을 많이 가진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었죠. 키움증권은 온라인 브로커리지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또 우리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선물·옵션, 해외주식 거래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추가했습니다.” ▷시장에서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

“키움증권 하면 저렴한 수수료로 성공했다고들 하잖아요. 이런 평가에 그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미국 아마존을 볼까요. 우리처럼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했죠. 그러나 아무도 아마존이 싸게 팔기만 해서 성공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오히려 혁신의 아이콘으로 칭송받고 있죠. 키움증권도 ‘온라인 증권업의 아마존’ ‘혁신의 상징’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우리도 온라인을 통해 많은 금융상품을 파는 플랫폼을 완성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수수료 인하 경쟁이 예상됩니다. 어떻게 브로커리지 1위를 수성할 생각입니까. “이미 증권사들 사이에 수수료 경쟁이 치열합니다. 키움증권의 저(低)비용 구조에서는 적정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무리하면서까지 수수료를 깎는 출혈경쟁에 뛰어들 생각은 없습니다. 낮은 수수료만으론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저가로 서비스하는 대신 우리 회사에 지급하는 비용 이상의 혜택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편리한 트레이딩시스템, 질 높은 고객 교육 등입니다.”

▷우리자산운용 인수 시너지는 어떻게 높일 건가요.

“우리자산운용 인수는 성공작이라고 자평합니다. 지난해 말 수탁액 기준 자산운용사 1위는 약 130조원, 2~3위는 50조원대입니다. 우리자산운용도 수탁액으로 보면 선두그룹을 따라잡는 꿈을 꿀 수 있는 규모입니다. 운용업계 1~3위와 경쟁해 그 안에 들어가는 게 장기 목표입니다. 단기 목표는 5위권 진입이고요.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자산운용은 ETF를 가장 먼저 설계한 ‘원조 ETF 운용사’입니다. 키움증권의 벤처정신을 접붙여 명가의 자존심을 찾겠습니다. 우리자산운용의 기존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을 키우면서 온라인용 특화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펀드슈퍼마켓 출범이 임박했습니다.

“전체 펀드시장에서 온라인펀드 비중이 1%가 되나요? 펀드슈퍼마켓 등장으로 투자자들에게 온라인 펀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니 우리에겐 좋은 기회입니다. 사실 온라인펀드 시장의 원조는 키움증권 아닙니까. 펀드슈퍼마켓과 경쟁하면서 온라인펀드 시장을 넓혀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대형 증권사들의 격전지라 생각했던 투자은행(IB)에서 키움증권의 활약이 눈에 띄는데요.

“IB는 장기전이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에서 좋은 성과를 내 주목받았지만, 사실 3년 이상 노력한 결과입니다. 증권사 IB와 고객사의 신뢰 형성이 단기 영업을 통해 바로 형성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신뢰를 얻어야 가능한 일이죠.

IB업무 역시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지난해 반짝하고 올해 수그러들면 소용이 없지요. 그렇지 되지 않으려면 많은 고객사를 확보해야 합니다. IPO 부문만이 아닌 키움증권의 모든 IB 직원들이 고객에게 신뢰와 감동을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요.”

▷오프라인 지점 없이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저만 해도 하루를 고객 요구사항 검토로 시작합니다. 고객에게 항상 열려 있는 자세가 키움증권의 자랑이고 전통입니다. 우리 고객 게시판 보셨나요? 고객이 뼈아프게 질책한 게시물도 삭제하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고객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게 하진 않죠.

고객의 모든 불만사항을 전부, 즉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키움증권은 태생적으로 개인고객 기반 증권사였기 때문에 창사 이래 15년 동안 그런 노하우가 쌓여 있습니다.”

▷오프라인 진출 계획은 있습니까.

“키움증권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힌다면 어떨지 생각은 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5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며 강조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기업은 역동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뤄야 살아남습니다. 안정성을 잃으면 하루아침에 망하고, 역동성을 잃으면 서서히 망합니다. 안정성과 역동성의 황금비율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늘 고민입니다. 정답은 없겠죠. 말하고 보니 경영철학이라기보다는 화두에 가깝네요.”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