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고윤화 기상청장 "날씨 빅데이터 활용해 슈퍼마켓 매출·어장 예보도 하겠다"

"기상산업 2018년까지 1조 달성"

100% 정확한 예보 힘들어…오보 확률도 국민에 알릴 것
한반도 아열대 기후화…4월 말 기온 30도까지 오를 수도
기상청도 국민 요구 부합하는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 필요

만난 사람= 이재창 지식사회부장
고윤화 기상청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장별 날씨를 따로 발표하는 ‘어장예보제’를 도입하는 등 2018년까지 기상산업시장을 1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고 청장 뒤쪽에 전 세계 기온 분포도를 색깔별로 실시간으로 표시해주는 지구본이 걸려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올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벚꽃 축제는 실패로 끝났다. 때 이른 고온 현상으로 벚꽃이 애초 예상보다 2주 정도 일찍 핀 탓이다. 지역 축제 개최 일정이 기상청의 예보를 기준으로 했던 만큼 기상청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벚꽃이 대부분 떨어진 지난 11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사무실에서 만난 고윤화 기상청장(60)은 “미래의 날씨를 100%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요새 벚꽃 때문에 무척 당황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 청장은 “국민들도 날씨 예측의 불확실성과 한계를 조금만 이해해 달라”며 “영국 기상청과 공동으로 오는 6월부터 ‘선진 계절예측 시스템’을 가동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 청장은 “날씨는 경제”라며 “앞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장별 날씨를 따로 발표하는 ‘어장예보제’를 도입하고 기상산업 시장을 키우기 위해 기상청을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서비스 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상청의 벚꽃 예보가 빗나갔습니다. “올해는 벚꽃이 유달리 일찍 개화하면서 기상청도 많이 당황했습니다. 작년보다 18일 빨리, 평년보다는 13일 빨리 개화했습니다. 3월 하순에 평년보다 8~11도가량 높은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벚꽃이 빨리 피었습니다.”

▷한반도 기후가 변화하는 것입니까.

“올해는 4월 말에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전엔 하지(夏至)쯤 돼야 이 정도 기온이었습니다. 여름철엔 국지성 호우도 자주 내리는 등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벚꽃처럼 이런 기후 변화에 식물들이 먼저 반응하는 것입니다.” ▷오보가 잦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상청이 확정적으로 예상하는 날씨는 예보 후 3일까지입니다. 다만 비가 정확히 몇 시에 내리고 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예보까지는 당시의 주변 기단 변화로 인해 정확하게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전반적인 날씨는 예보 후 3일까지는 비교적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장기 예보입니다. 3일 이후부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예보가 맞을 확률이 점차 낮아집니다.”

▷장기 예보의 정확도가 낮다는 얘기입니까. “기상청은 지금까지는 ‘언제부터 어떻게 더워질 것’이라고 예보해 왔습니다. 이런 방식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앞으로는 장기 예보가 지닌 불확실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 계절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40%, 비슷할 확률은 30%, 낮을 확률은 30% 등으로 발표할 계획입니다.”

▷기상청의 예보 역량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정확도는 92.8%입니다. 선진
국과 비교해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다만 강수 관련 양적인 측면의 예보 정확도는 75%입니다. 연간 내리는 1000㎜의 강수량 중 지역별로 250㎜의 편차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50㎜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는데 두 배에 달하는 100㎜가 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적 예보 정확도를 높일 방안은 없나요.

“관측자료가 많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독자적인 극궤도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합니다. 극궤도 위성이란 남극과 북극의 상공을 통과하는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입니다. 우리가 2010년 쏘아 올린 ‘천리안’은 정지궤도 위성입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아 항상 일정한 위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지궤도 위성이라 불립니다. 극궤도 위성은 지구의 모든 곳을 관측할 수 있어 바람 구름 등 관측자료가 많습니다. 현재는 미국과 일본의 극궤도 위성에서 보내온 자료를 활용하고 있는데 기상청이 날씨 예보에 활용하기엔 시스템이 달라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2020년에 독자적인 극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인데…. 예보 정확도를 위해서는 일정을 앞당겨야 할 텐데 부처 간 협의 사안이라 쉽지 않습니다.”

▷단기간에 예보 정확도를 높일 방안은 없습니까.

“영국 기상청과 공동으로 6월부터 ‘선진 계절예측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입니다. 영국 기상청이 갖고 있는 수치예보 모델을 합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우리 기상청 예보에도 적용할 예정입니다. 예측자료가 많아지는 만큼 기상 예보도 지금보다 한층 나아질 것입니다.”

▷예보관의 경험이 날씨 예보에 영향을 미칩니까.

“예보 정확도 향상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소는 관측자료, 수치예보 모델의 품질, 예보관 역량 등 세 가지입니다. 그런데 기계적인 수치모델을 통해서 나온 예보에 비해 예보관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춰 내놓은 예보 정확도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예보관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예보관의 예보 성향에 따라 날씨 예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보관 성향에 따라 다른 예보가 나오는 것은 문제 아닌가요.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100㎜의 강수량이 예측되면 해당 지역 기상청 예보관들은 예측 강수량을 조금 낮춰 예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설 예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런 경향이 심합니다. 해당 지역에선 관광 및 행사 등을 이유로 눈이나 비가 많이 온다고 예보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강원도에선 눈이 30㎝ 쌓여도 많이 내린 게 아닌데 서울 사람들이 예보를 들으면 폭설이 내릴 것으로 생각해 강원도 방문을 취소하고는 합니다. 이런 것들을 지역 사회에선 걱정하는 것입니다. 예보관들이 이런 심리적 원인을 배제한다면 예보 정확도가 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날씨를 산업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기상청이 보유한 기상기후 빅데이터가 대표적입니다. 우선 해수면 온도 관련 빅데이터를 통해 ‘어장 예보’가 가능합니다. 어류들은 해수면 온도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기상청은 위성에서 찍은 해수면 온도와 바닷물 온도 등 온도 분포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통해서 언제 어느 곳을 가면 오징어 어장이 있는지 어선들에 예보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청과 함께 골목 슈퍼마켓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골목가게에서 판매하는 상품 목록을 날씨 데이터와 연결한 뒤 특정 날씨에 따라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각 골목가게에 제공해 재고와 매출 관리를 돕는 시스템을 연내 추진할 예정입니다. 날씨가 곧 경제입니다.”

▷국내 기상산업 발전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기상기후산업 시장 규모는 약 3200억원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고가의 첨단 기상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기상기후산업을 육성한다면 2018년에는 1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상청이 가장 바뀌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서비스 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기상청은 예보만 전달하면 끝이었고, 다른 부처와의 협업 및 고객을 고려한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조직도 폐쇄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향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기상산업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상청이 조직 시스템을 바꿔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 고윤화 청장은

1954년 충남 예산 출신으로, 경기공업고등전문학교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리즈대에서 환경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술고시 5급 공채로 1980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30년 동안 환경부에서 근무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2001년과 2007년 대기보전국장을 두 차례 역임해 환경부 내에서도 대기환경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2007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후변화·에너지 태스크포스팀 전문위원을 맡았다. 2008년 3월부터 1년6개월 동안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장을 지냈다. 이후 대한LPG협회 회장,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 한림대 초빙교수를 지내다 지난해 9월 기상청장으로 임명됐다. 2012년 기상관측 장비인 라이다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 관련 투서가 잇따르면서 기상청 조직이 흔들리자 조직 안정을 위한 구원투수로 발탁됐다는 평가다. 환경부 근무 시절 1·2위를 다툴 정도로 바둑 실력이 수준급이다.

정리=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