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기업까지 구조조정 쓰나미…'칼날' 위에 선 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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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증가·영업이익률 둔화…철강·유화·전자까지 위기 전이‘성장 신화는 끝났다. 임원부터 줄여라.’
에쓰오일, 임원보직 축소
KT, 전직원 20% 명퇴 추진
삼성도 금융부문 인력 조정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 대기업에도 구조조정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금융 건설 해운 등 영업이 부진하거나 내수에 갇혀 있던 업종에서 주로 나타났던 임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 등이 철강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제조업종, 알짜 기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고, 기존 사업은 중국 등에 밀려 경쟁우위를 잃어가고 있어서다. 하지만 신사업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마른 수건 짜기’식 비용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알짜’ 정유업계도 구조조정
13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주요 정유사는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에쓰오일은 임원 보직변경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외협력 부문이 홍보 부문을 흡수하는 등 비슷한 조직을 합쳐 간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임원 보직 아홉 자리를 줄였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울산공장에서 중장기 과제로 추진 중인 8조원 규모의 정제시설 및 석유화학설비 증설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조직을 일부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지난 10일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이 경영위기 돌파를 위한 회의를 했다. 임원 수 10% 이상 감축, 조직 통폐합, 임원 연봉 일부 반납 등이 논의됐으며, 경영난이 가중될 경우에 대비해 연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12년 영업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적이 있다.
SK는 지난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무역)과 SK인천석유화학(유화)을 분사시키고 정유사업은 SK에너지로 단일화하는 등 사업구조를 바꿨다.
몇 년 전까지 조단위 흑자를 내던 정유사들은 중동지역 정유시설 증가, 중국 등 신흥국 수요 감소 여파로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정유부문에서 3505억원 영업손실을 입었고, SK에너지와 GS칼텍스도 정유사업에서 각각 870억원, 43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알짜 대기업도 구조조정 착수
석유화학 업종뿐 아니다. 포스코는 지난달 권오준 신임 회장이 지휘하자마자 탄소강 부문·스테인리스 부문 등 6개 본부를 철강생산·철강사업 등 4개로 통폐합하고, 경영 담당 임원 수는 68명에서 52명으로 23.5% 감축했다. 기획·인사 등 경영지원 업무 부문만 보면 임원 수가 31명에서 14명으로 절반 이상이 줄었다. 그동안 신성장동력을 찾는다며 사업과 조직을 확대해 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지난 1월 말 황창규 회장이 부임한 KT는 130여명에 이르던 임원 수를 약 30% 감축한 데 이어 최근 전 직원의 20%에 달하는 6000여명을 명예퇴직시키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도 사업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제일모직을 비롯한 계열사를 쪼개고 붙여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전자부문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중화학 부문을 정비했으며, 삼성생명·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는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조만간 건설사업에도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합친 데 이어 최근 중견 건설사인 현대엠코를 현대엔지니어링과 합쳤다.
○“인력 구조조정 능사 아니다”
구조조정의 가장 큰 배경은 성장 정체다. 국내 제조기업의 실적은 급격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470개 제조기업 실적을 분석했더니 1970년대 연평균 30%대였던 매출증가율은 1990년대 10%대로 낮아졌고 2012년에는 4.8%, 2013년 3.4%로 추락했다. 영업이익률은 1970년대 8.4%, 1980년대 7.3%, 1990년대 7.0%, 2000년대 6.3% 등으로 추세적으로 하락, 2012년 4.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4.3%로 올라갔지만 이는 삼성전자 등 특정 기업의 약진에 기인한다.
성장이 정체되면 인사 적체 등 조직에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다. 특히 주주자본주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이익 정체나 하락은 경영진에 치명적이다. 실적 하락을 상쇄하기 위한 인력 감축이 확산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인력 구조조정이나 재무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미래 경쟁력을 갖추고 흑자를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려는 근본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석/박해영/이상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