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고法은 입법권 제한 아닌 책임 강화…미래세대에 재정 부담 떠넘기기도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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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고'로 나라곳간 지키자야권 일부에서 의원 입법 시 페이고(pay-go·재정이 소요되는 사업 추진 시 재원 마련 대책을 의무화하는 것)를 도입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라며 반대하는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14일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페이고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정부가 법안 통과를 위해 측면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페이고' 토론회
野 "복지수준 여야 합의 땐 제도 도입 조건부 찬성"
◆“페이고는 최소한의 원칙”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법안비용추계 확대와 예산심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페이고 도입은 정부의 입법권 규제가 아니라 입법부 스스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 제출 시 재정소요와 이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입법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방 실장은 “19대 국회에서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정을 수반하는 입법이 발의된 건수는 88건으로, 법안 통과 시 연간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이들 법안이 재원대책 없이 통과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페이고가 복지지출을 늘리는 법안 발의를 막아 결과적으로 복지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한국 복지지출은 현행 제도를 유지만 해도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긴 시야를 갖고 복지지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한 비용으로도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복지사각지대 해소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예산정책처도 도입 찬성
이날 토론회에서 국경복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재정개혁이 없다면 연금 및 건강보험 등 복지지출 증가로 2034년에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국 처장은 “정책 입안 단계부터 그 소요 비용을 엄밀하게 추계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페이고 도입에 찬성했다. 의원 입법에 페이고를 도입하려면 예산정책처가 재원조달 계획 수립 등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
야당은 페이고 도입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민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페이고 제도는 그 대상이 의무지출”이라며 “국가부채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선심성 예산, 공기업 부채 등은 대부분 재량지출 통제 결여로 발생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항 항만 건설, 4대강 사업 등은 재량지출 사업으로 페이고 적용대상 사업이 아니다”며 “반면 복지예산의 상당 부분이 의무지출이기 때문에 페이고 도입 시 복지지출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재량지출에 대한 적절한 통제장치가 마련되고 한국 복지수준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페이고 제도 도입에 조건부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페이고는 미래세대에 대한 재정적 부담전가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한국에 어느 정도의 의무지출이 필요하고 어느 수준까지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태훈/은정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