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태 감독 "경영의 지혜, 오케스트라 지휘와 닮았죠"

'오케스트라 경영' 전도사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감독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모델…클래식아트경영자과정 등 인기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감독(49·사진)을 만나기 위해 15일 찾은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2층 자택은 화려하면서도 고색창연하고, 또 아기자기했다. “1997년 외환위기 시작 1주일 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아들이 생활보호대상자로 오해 받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저는 참 럭키가이예요.”

방송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서 감독은 요새 오케스트라 경영 전도에 여념이 없다. 그는 17일 역삼동 라움에서 한국능률협회 클래식아트경영최고경영자과정 4기를 시작한다. 마에스트로리더십, 오스트리아 현지체험 등 12주차 과정이다. 부산대 음대에서 성악 등을 전공한 그는 1989년 12월 혈혈단신으로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을 갔다. 빈시립음대 교수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아내(성악가 고진영 씨)를 만나 1주일 만에 청혼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세계 3대 오페라극장인 빈 국립오페라극장 연구단원으로 7년간 일하면서 클라우디아 아바도, 주빈 메타 등 세계적 지휘자와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등 유명 성악가들을 지켜봤다.

그의 인생 첫 번째 전환점은 2004년이다. 플루트를 전공한 아들의 은사인 이승호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그의 소식을 듣고 플루트 앙상블 지휘를 맡겨본 것. 서 감독의 지휘에 강한 인상을 받은 이 교수는 그를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에 소개했고 서 감독은 곧 수석지휘자가 됐다. 두 번째 전환점은 그의 표현대로 뭐니뭐니해도 방송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다. 주연 ‘강마에’ 역할을 맡은 배우 김명민 씨는 서 감독의 자택에 첫발을 들인 순간 영감을 받고 8개월간 동고동락하며 서 감독을 복사해 연기로 표현했다.

“표독스러운 성격만 빼고 많이 비슷해요. 촬영 끝나면 집에도 안 들어가고 저랑 함께 생활했습니다.” 이 드라마 음악감독을 맡게 된 계기는 아내 때문이다. 여러 방송 드라마 주제가를 불렀던 아내를 통해 베토벤바이러스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놀라온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드라마 종영 후 한국표준협회 요청으로 생애 첫 강연을 한 그의 오케스트라경영은 2010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경제연구소 강연, ‘Seri CEO’로 이어지며 수년째 호평받고 있다. 그동안의 강의를 모은 두 번째 책 ‘오케스트라처럼 경영하라’도 최근 펴냈다. 서 감독은 “책에 ‘경영’을 붙이니 잘 안 팔린다”며 “경영 전문가는 아니지만 결국 조직 운영의 지혜가 경영이 아닐까요”라며 웃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