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ELW규제 있는 한…"한국서 신규 파생상품 사업 안한다"

LP호가 제한에 11곳 중 10곳 철수
상장지수채권시장 불참 선언
금융위 "규제 이전으론 안간다"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가 지속되면 한국에서 새로운 파생상품사업을 하지 않겠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 개설될 예정인 상장지수채권(ETN)시장에도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해외 본사에서 ‘ELW 호가 제한’ 같은 한국 파생상품 규제가 ‘비합리적’이고 ‘예측불가능하다’며 신규사업 진출을 막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스캘퍼(전문 초단타 매매자)가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 ELW 규제는 필요하지만 시장가격 형성 자체를 막는 것은 반시장적”이라고 지적했다. ◆규제로 ETN 진출 불가

16일 외국계 A증권사 관계자는 “ELW 호가제한 같은 비합리적 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 ETN시장이 열려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증권사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B증권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한국 파생상품시장 규제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며 “ETN시장이 열려도 유동성공급자(LP) 같은 사업을 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ELW 호가제한’ 같은 규제가 ETN시장에도 생길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3월12일 ELW 스캘퍼들이 LP가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기 전에 자신에게 유리한 호가를 내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LP호가제한 제도를 시행했다. LP의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격 차)를 8~15%로 벌리고 시장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15% 미만인 경우 아예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외국계 ELW사업 철수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매매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ELW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규제 직전인 2012년 2월 9129억원에 달했던 ELW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현재(4월1~15일) 869억원이다.

시장이 위축되자 맥쿼리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BNP파리바증권 등 ELW사업을 했던 외국계 증권사 11곳 중 노무라를 제외한 10곳이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외국계 C증권사 관계자는 “직원을 뽑고 설비투자를 했는데 규제 때문에 시장이 위축돼 큰 손실이 났다”며 “국내에서 ELW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홍콩 등으로 발령나 국내에서 사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규제 완화 없다” 업계에선 스캘퍼를 차단하는 규제는 살리되 시장 가격형성을 막는 ‘호가 제한’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장외파생상품부 관계자는 “LP 호가를 제한해 시장가격 형성을 막는 반시장적 규제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며 “호가 제한 때문에 소액으로 투자한 개인들이 원하는 때 ELW를 팔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막기 위해선 ELW시장 규제가 필요하다”며 “규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