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외채권 입찰에 '성공'한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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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형 증권부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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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KT가 ‘투자자의 두터운 신뢰’를 말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채권의 발행금리만 봐도 그렇다. 미 국채 금리에 1.1%포인트를 얹은 수준(5년 만기 기준)이다. 지난 14일 해외 채권시장에서 거래된 경쟁사 SK텔레콤의 해외채권 금리(미 국채 금리+0.59%포인트)보다 높다. 그래서 일각에선 “KT의 해외채권에 돈이 몰려든 것은 투자자의 신뢰가 높아서가 아니라, 높은 발행금리로 투자 매력이 컸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종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더라도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창사 이래 첫 적자 기록, 고객정보 유출사건, 자회사의 법정관리 신청, 신용등급 강등 위기 등 연초부터 악재가 연달아 터진 탓이다. 지난달 5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다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KT는 이번 해외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 말고도 당장 최대 1조원으로 예상되는 명예퇴직금과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3100억원의 원화채권 상환에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채권 발행에 성공하려면 예전보다 얼마나 더 높은 금리를 얹어줘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 임원은 “지금처럼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을 발행하려면 결국 적지 않은 디스카운트(금리 상승)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해외투자금을 유치한 KT의 성과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투자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 해외채권 입찰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건 듣기 민망하다.
하헌형 증권부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