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1+1+1+1+1+1+1+1…누군지 아세요?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1, 2+1, 3+1, 3+3…. 초등학교 산수가 아니라 기업 임원들의 임기 얘기다. 며칠 전 하나금융그룹이 회장 임기 규정을 ‘3+1’에서 ‘3+3’으로 바꿨다. 3년 임기가 끝난 뒤 3년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3+3’이어서 그랬다고 한다. 3년 전 전임자의 장기집권 논란 때문에 잠시 ‘3+1’로 바꿨다가 되돌린 것이다.

반면 계열 은행장들의 임기는 짧아지는 추세다. 통상 3년이던 것이 2년 평가 뒤 1년 추가 방식으로 줄었다. 하나은행장과 외환은행장 대표 임기도 ‘2+1’ 체제다.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 역시 임기를 1년씩만 연장했다. 아예 1년으로 통일한 곳도 있다. 엊그제 KT가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확 줄였다. 단기 성과를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외국계 은행 임원들의 재임기간은 3~6년으로 비교적 길다. 은행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5연임까지 하며 13년째 ‘직업이 행장’이라는 별명을 듣고 있다. JP모간 한국법인의 임석정 대표는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험업계 최장수인 15년 경력의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은 지난해 퇴직금만 160억원을 받아 부러움을 샀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2007년부터 1년씩 연장해 8년째 연임하고 있는 특이한 케이스다. 국내 가구업계의 최양하 한샘 회장(20년)도 특별한 경우다. 우리나라 500대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 재임 기간은 3년 남짓이고, 1년 이하도 26.7%에 달한다. 미국의 S&P500 기업 CEO 평균 재임 기간은 7.2년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15년 이상 된 CEO도 11명이나 된다.

어제는 제프리 이멜트 GE(제너럴일렉트릭) 최고경영자의 ‘20년 임기’가 화제를 모았다. 이사회가 “한 사람에게 20년 동안 시가총액 2580억달러(268조5000억원)짜리 회사를 맡기는 건 부담스럽다”며 앞으로 10~15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동안 GE의 경영자는 대부분 장수했다. 11명 중 5명이 13년 이상 재직했다. 전임 잭 웰치는 20년, 레이너드 존스와 프레드 보쉬는 각각 9년간 CEO와 회장을 지냈다. 13년을 지낸 이멜트도 이미 장수 CEO인 셈이다. 사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문경영인의 운명은 파리목숨과 다를 바 없다. 제조업이나 금융권, 공기업 모두가 그렇다. 임원을 임시직원의 준말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정규직 샐러리맨들이 앞다퉈 ‘임시직원’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참 얄궂은 아이러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