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 승객 475명 중 290명은 17일 오전 1시까지 실종상태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선장 등 승무원들의 초동 대응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배가 충격으로 좌초한 뒤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는데도 ‘움직이지 말라’는 선내 방송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경미한 사고로 판단한 듯
생존자 김모씨는 “회사(선박 측)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계속 방송을 하며 이동을 막았다”며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왜 이러냐’고 했지만 ‘위험하지 않다’며 ‘움직이면 더 위험해지니 대기하고 계시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승객들은 이 무렵 하나둘씩 전달받은 구명조끼를 입었다. 처음엔 방송에 따라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하지만 배가 급격히 쏠리고 물이 차오르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승객들이 앞다퉈 위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구조된 승객은 대부분 이때 신속하게 배 밖으로 나와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한 예비역 해군 함장은 “비상구로 신속하게 탈출시키는 게 중요한데 위중한 사고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3층 아래는 못 빠져나와 생존자들에 따르면 최초 ‘쿵’ 소리가 난 이후 30여분 사이 배는 거의 90도 가까이 기울었다. 짧은 시간에 배가 기울고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데도 “바다로 뛰어들라”는 탈출 지시가 지연된 것도 인명 피해를 키운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목포 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유모씨는 “밖으로 나와 보니 수직으로 배가 올라가고 있었다”며 “선실 3층 아래는 식당, 매점, 오락실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내 방송 여직원도 사망 이날 사고는 아침 식사시간에 일어나면서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수학여행 단체버스 기사인 양인석 씨(인천 용인동)는 “배가 단번에 기울면서 식당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식사를 마친 뒤 방에서 쉬고 있던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구조헬기를 타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는 그는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방송했던 여성 직원은 승객들이 탈출을 시작한 지 5분이 넘었는데도 계속 안내 방송을 하다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