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시장 '쓴맛' 본 동서, 현금배당 '단맛' 만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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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급락에도 오너 일가 '고배당 잔치'동서그룹 지주회사인 동서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80%를 웃돌던 동서식품의 커피시장 점유율이 올 들어 60%대로 추락하며 매출이 9년 만에 감소, 성장동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작회사인 미국 크래프트의 반대로 커피믹스 ‘맥심’의 해외 수출마저 불가능하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동서는 커피믹스의 비닐봉지를 제조, 맥심 브랜드의 일회용 커피 등을 생산하는 동서식품에 납품하는 회사다. 동서식품 지분 50%를 보유하는 등 동서그룹의 지주사 역할도 하고 있다. 동서의 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동서식품의 작년 매출은 1조5303억원으로 전년보다 1.92%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는 9년 만에 처음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80%대를 유지하던 동서의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이 남양유업 등의 시장 잠식으로 지난달에는 대형마트에서 67.2%까지 위축됐다”며 “동서로선 마땅한 상승동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프렌치카페’ 브랜드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경쟁사 남양유업은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을 비롯해 이달에만 9.25% 뛰었다.
시장에선 코너로 몰리고 있지만 동서는 뚜렷한 반격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중국 커피믹스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과 달리 동서는 대표 상표 ‘맥심’이 미국 크래프트의 브랜드를 빌린 탓에 해외에서 쓸 수가 없다.
동서는 22.97% 지분을 보유한 김상헌 회장을 비롯해 그 일가가 전체 지분의 67.36%를 가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서의 작년 배당금 총액은 545억원으로 2위 파라다이스(273억원)의 두 배나 된다. 이에 따라 사업이 부진한데도 대주주들이 지나치게 많은 배당금을 챙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