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 IT株 열심히 사들이더니…최악의 1분기 보낸 헤지펀드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 최저
이른바 ‘스마트 머니’로 불리는 헤지펀드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스마트하지 않은 베팅으로 일반 투자자보다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업계 조사회사인 프레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헤지펀드는 평균 1.23%의 수익률을 기록해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이후 최악의 1분기를 보냈다. 특히 1월과 3월에는 각각 0.25%, 0.26% 손실을 냈다. 헤지펀드는 2012년 1분기 6.07%, 작년 1분기 3.76%의 수익을 거뒀다.

헤지펀드가 올 1분기 고전을 면치 못한 첫 번째 이유는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고성장 모멘텀주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주식 롱쇼트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가 그동안 선호하던 종목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인터넷주는 헤지펀드가 가장 선호하는 종목 톱10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주식전략가는 “헤지펀드 선호 톱10 종목 주가는 지난달 S&P500지수가 0.8% 오를 동안 2% 하락했다”고 전했다.

롱쇼트전략이란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주식은 사고 하락할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올 1분기 헤지펀드는 주가 움직임과 정반대로 베팅했다. 코스틴 전략가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롱포지션을 취한 종목들은 지난달까지 S&P500지수를 0.98%포인트 밑돌았고, 쇼트포지션을 취한 종목들은 1.30%포인트 웃돌았다. 특히 모멘텀주에 집중 투자한 헤지펀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코트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8.7%의 손실을 기록한 뒤 70억달러의 펀드 운용액 중 20억달러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했다. 존 폴슨이 운용하는 어드밴티지플러스 펀드도 지난달 7.4%를 잃었다.

거시경제 움직임에 베팅하는 매크로 헤지펀드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일본 기업 주가가 오를 것에 베팅했다가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1분기 평균 1.1% 손실을 기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