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우울증·기억력 저하…대부분 심한 스트레스 증상

입원학생 건강상태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구조된 생존자들에게도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돼 고대안산병원에 입원 중인 단원고 학생 중 상당수가 ‘급성 스트레스 장애(ASD)’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측은 향후 지역사회와 연계한 치료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차상훈 고대안산병원장은 18일 오후 학생들에 대한 진료 경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전문의 심층면담을 받은 55명 중 대부분이 중증도 이상의 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평균 스트레스지수는 10점 만점에 7.8 이상으로 고위험군에 속했다. 차 원장은 “안정을 찾아 겉으론 밝은 학생들도 50% 이상은 스트레스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스트레스지수가 높은 것은 ASD를 겪고 있어서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막 빠져나온 학생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판단이 잘 안되고, 의식에서 기억을 자꾸 지우려는 방어기제도 작동해 기억력·집중력이 무척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치료를 소홀히 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수희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의 나이가 어려 중장년층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PTSD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대안산병원은 안산시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 등과 연계해 생존자 가족 및 사망자 유족 등에 대한 심리치료 방안도 검토 중이다. 차 원장은 “오늘 아침 학부모 대표·단원고·교육부 관계자들과 모여 퇴원 후 프로그램 운영을 논의했다”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