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나사풀린 대한민국…국가재난관리시스템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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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비탄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지난 2월 완성한 재난대응체계가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 사례였다.
국민안전을 국정전략으로 내건 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는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되레 혼선과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선체 내부진입 시도가 너무 늦어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현장 구조당국의 초동 대응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범정부 사회재난 대응조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의 설계도격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지난해 대수술을 거쳐 지난 2월 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의 핵심은 안행부에 범정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고, 사회재난의 총괄기능을 안행부에 맡기는 것이다. 사회재난이란 자연재난을 제외한 다양한 인적 재난을 가리킨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이에 해당한다. 새 법 이전에는 대형 재난이 터졌을 때 방재청이 인적재난의 총괄기능을 담당했다.
방재 관련단체와 전문가들은 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안행부로 사회재난 총괄기능을 이전하면서 방재청의 전문인력은 흡수하지 않는 등 준비가 불충분하다며 개정을 반대했다. 이런 지적은 새 기본법 시행 후 약 두 달 만에 터진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사고접수 후 한 시간 가까이 지나 꾸려진 중대본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부정확하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의 분노를 샀다.
중대본이 현장을 책임진 해양경찰청의 역량을 보강, 신속하고 효과적인 초동대응을 유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대본이 준비 없이 대형 사고를 만난 상황에서 수습 역량이 부족했지만, 정부는 그나마 법으로 정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를 사실상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었다.
지난 17일 정부가 세월호 사고 수습과 사후대책을 총괄할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본부를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구성하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으면서 중대본이 유명무실해졌다.
'국무총리 대책본부'는 더 강력한 재난대응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법으로 만들어 놓은 범정부 재난대응체계를 일순간에 '부정'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대응방침을 제시한 것이 되레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기회를 없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무원들이 시스템에 따라 재난 대응을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과 지시만을 바라보는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1차 대응 기관은 해양경찰청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의 초동대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선박이 급속도로 빠르게 침몰하고 있는데도 해경은 선박에 접근하고 나서 해상구조에 집중했다.
선체 대부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고 30분 가량이 지난 뒤인 16일 오전 11시 24분쯤에야 잠수부가 최초로 투입됐으나 그 인원도 20명에 그쳤다.
생존에 필요한 사고 초기의 금쪽 같은 시간인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해경은 18일에야 잠수부를 500여명으로 늘리고 민간 잠수방식을 시도했다. 선체의 침몰 속도를 고려해 초기부터 잠수 준비를 서둘렀다면 초기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첫날부터 기상악화나 잠수 준비시간 단축을 위해 해상에 설치하는 바지(선), 일명 '잭업 바지'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터넷 등에 제기됐으나 19일 오전에야 실행에 옮겼다.
18일 새벽 시신 유실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주변에 선박들이 많아 유실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별다른 준비가 없다가 이날 늦게부터 그물 설치를 준비한 것도 뒷북 대처의 사례다.
물론 대형재난이 발생했을 때 초기에 다양한 자원과 전문성을 끌어들여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데 어느 한 기관의 역량으로는 어렵다. 이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초동대응이 가능한 체계가 필요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면 여전히 그러한 기능은 작동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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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을 국정전략으로 내건 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는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되레 혼선과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선체 내부진입 시도가 너무 늦어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현장 구조당국의 초동 대응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범정부 사회재난 대응조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의 설계도격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지난해 대수술을 거쳐 지난 2월 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의 핵심은 안행부에 범정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고, 사회재난의 총괄기능을 안행부에 맡기는 것이다. 사회재난이란 자연재난을 제외한 다양한 인적 재난을 가리킨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이에 해당한다. 새 법 이전에는 대형 재난이 터졌을 때 방재청이 인적재난의 총괄기능을 담당했다.
방재 관련단체와 전문가들은 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안행부로 사회재난 총괄기능을 이전하면서 방재청의 전문인력은 흡수하지 않는 등 준비가 불충분하다며 개정을 반대했다. 이런 지적은 새 기본법 시행 후 약 두 달 만에 터진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사고접수 후 한 시간 가까이 지나 꾸려진 중대본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부정확하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의 분노를 샀다.
중대본이 현장을 책임진 해양경찰청의 역량을 보강, 신속하고 효과적인 초동대응을 유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대본이 준비 없이 대형 사고를 만난 상황에서 수습 역량이 부족했지만, 정부는 그나마 법으로 정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를 사실상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었다.
지난 17일 정부가 세월호 사고 수습과 사후대책을 총괄할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본부를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구성하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으면서 중대본이 유명무실해졌다.
'국무총리 대책본부'는 더 강력한 재난대응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법으로 만들어 놓은 범정부 재난대응체계를 일순간에 '부정'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대응방침을 제시한 것이 되레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기회를 없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무원들이 시스템에 따라 재난 대응을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과 지시만을 바라보는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1차 대응 기관은 해양경찰청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의 초동대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선박이 급속도로 빠르게 침몰하고 있는데도 해경은 선박에 접근하고 나서 해상구조에 집중했다.
선체 대부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고 30분 가량이 지난 뒤인 16일 오전 11시 24분쯤에야 잠수부가 최초로 투입됐으나 그 인원도 20명에 그쳤다.
생존에 필요한 사고 초기의 금쪽 같은 시간인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해경은 18일에야 잠수부를 500여명으로 늘리고 민간 잠수방식을 시도했다. 선체의 침몰 속도를 고려해 초기부터 잠수 준비를 서둘렀다면 초기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첫날부터 기상악화나 잠수 준비시간 단축을 위해 해상에 설치하는 바지(선), 일명 '잭업 바지'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터넷 등에 제기됐으나 19일 오전에야 실행에 옮겼다.
18일 새벽 시신 유실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주변에 선박들이 많아 유실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별다른 준비가 없다가 이날 늦게부터 그물 설치를 준비한 것도 뒷북 대처의 사례다.
물론 대형재난이 발생했을 때 초기에 다양한 자원과 전문성을 끌어들여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데 어느 한 기관의 역량으로는 어렵다. 이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초동대응이 가능한 체계가 필요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면 여전히 그러한 기능은 작동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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