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감정가 매길 때 '오를 시세' 미리 반영한다고?

빚 많은 한전 "바뀌는 땅 가치로 평가해야"
부동산 업계 "용도 확정 안돼…거품 우려"
감정평가 업계 "미래시세 반영한 적 없어"
지금은 ‘3종 일반주거’ 용적률 250%
한국전력이 이르면 내달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전 부지 매각가격의 핵심 요소인 감정평가 방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3종 일반주거지역인 땅의 용도가 향후 상업지역으로 바뀔 것을 가정해 부지 감정평가가 이뤄질 경우 땅값에 거품이 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다.

특히 서울시의 상업지역 변경 추진이 도로 등의 대규모 기부채납을 전제로 하고 있어 한전 부지 감정평가 방식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바뀌면…일반상업지역 용적률 800%
21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조만간 삼성동 부지(7만9000㎡)에 대한 재평가(감정평가) 작업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다. 감정평가 결과는 한전이 매각가격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데 활용된다.

논란의 핵심은 감정평가 방식이다. 한전은 서울시가 이달 초 발표한 부지 용도변경(3종 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 방침이 반영된 ‘조건부 감정평가’를 진행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부 감정이란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땅의 가치를 추정하는 ‘현황평가’와 달리 의뢰인이 상정한 조건을 기존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앞서 이달 초 서울시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국제교류 복합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50%)인 한전 부지를 향후 일반상업지역(용적률 800%)으로 종(種)상향하는 방침도 밝혔다. 문제는 서울시의 한전 부지 용도변경이 미확정·조건부라는 점이다. 시는 한전 부지의 용도지역을 상향해주는 대신 토지 매수자가 부지 감정가의 40%에 해당하는 토지나 기반시설, 비용을 공공에 환원할 것을 조건으로 내놨다. 또 부지의 19%(1만5000㎡) 이상에 시가 권장하는 전시·컨벤션·국제업무 시설 및 관광숙박시설도 넣어야 한다. 시는 향후 부지 매수자가 이 같은 공공성을 담보한 개발계획을 수립해야만 용도를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벌써부터 부지 매각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확정된 용도변경이 선반영돼 부지 감정가가 높아지면 매각가 가이드라인도 높아질 것”이라며 “결국 최고가 경쟁입찰을 거치면서 땅값에 거품이 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한 임원도 “한전 부지는 강남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노른자위 땅’이지만 부지 매입 이후 손익을 맞추기 어려울 만큼 땅값이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업계 원칙은 ‘현황조사’”라면서도 “다만 서울시와 한전, 정부는 모두 땅값을 최대한 많이 받길 원하기 때문에 사전에 어떤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전 부지의 장부가액은 2조73억원(2010년 기준)이다. 한전 부지와 붙어 있는 옛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는 2011년 삼성생명에 팔리기 전 현황조사 방식으로 감정평가액이 산출됐다. 한전은 오는 11월 나주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