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나빠진 은행들…확 바뀐 '점포 전략'

임대료 싼 2층으로 짐싸고 지점 줄이기 한창
기업·가계 영업점 합치고 직원 4명둔 '미니 점포'도
국민은행은 전국을 기존 행정구역 대신 ‘블록’으로 나누는 작업에 한창이다. 블록은 거주 인구, 평균 소득, 기업 수, 매출 등에 따라 정해진다. 연말까지 ‘블록’을 완성한 뒤 기존 점포를 모두 재배치한다는 게 국민은행의 구상이다.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구역 단위 영업을 시범실시한다. 여러 지점을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 포괄적인 영업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한 지점에서 개인 기업 외환 등을 일괄 취급했지만 구역 단위가 되면 특화된 영업이 가능해진다. 강남1구역 내 A지점은 기업금융, B지점은 개인금융 업무에 집중하는 식이다.
○지점 줄이고, 2층으로 이사하고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은행들이 새 ‘점포 전략’ 구상에 여념이 없다.

‘점포 수=영업력’이라는 인식이 이제 ‘점포=리스크’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이 급성장해 지점에 의존하는 기존 영업 방식의 효율성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대응이다. 은행들은 점포 유지비 절감 노력에 필사적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전체 350개 중 수도권 점포 50개를 연내에 줄일 예정이다. 500㎡ 이상의 대형 지점은 면적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한국씨티은행도 190개 점포 중 56개를 상반기에 줄이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달이 90%인 중국집에서 식당 테이블을 유지하는 것은 낭비”라며 “테이블 수(지점)를 줄여 배달 인프라(비대면채널)를 확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1층 보다 임대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2층 점포’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의 1층 점포 비율은 2011년 말 63.1%에서 지난해 말 62.2%로 낮아졌다.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건물 2층의 100㎡ 미만 ‘미니 점포’를 늘리고 있다. 점포당 직원도 4~6명으로 몸집을 가볍게 해 1~2년 내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전략이다.

○가계·기업금융 영업점 통합

영업점이나, 점포 내 창구를 통합하는 방식도 일상화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업점포와 가계점포를 합친 ‘금융센터’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59개였던 금융센터는 올 들어 185개가 됐다. 외환은행도 개인과 기업으로 나눈 ‘사업부제’를 폐지하고 두 업무를 합쳐 점포를 통합 중이다. 통상 1층에서 개인금융을, 2층에서는 기업금융을 했지만 두 층 중 하나를 폐쇄하거나 합치는 방식이다. 외환은행은 올해 350개 지점 중 10% 선인 36개 지점의 통합공사를 끝낼 방침이다.

지점 내 창구통합도 새로운 흐름이다. 영업점 내 개인상담과 기업상담 창구를 합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압구정로데오 등 서울 지역 10개 영업점에서 다음달부터 통합창구를 시범운영한다.

은행들의 이 같은 점포 전략 변화에 따라 작년 말 은행권 전체 점포 수는 7797개로 한 해 전보다 38개 줄었다. 은행 점포 수가 감소한 건 금융위기 후폭풍이 몰아친 2009년 이후 4년 만이다.

김일규/박신영/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