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해양플랜트서 1조원 이상 부실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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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그룹 경영진단…저가 수주 손실 반영 안해삼성그룹이 조선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에 대한 자체 경영진단에서 해양플랜트 등의 저가 수주에 따른 부실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重 "새로운 분야 진출 따른 수업료로 봐야"
22일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지난 2월 시작한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감사)에서 이 회사가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해양플랜트 등을 수주한 뒤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잠재적 부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관계자는 “부실 규모가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은 당초 예정한 2개월을 넘겨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부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그룹에서 수십명을 투입해 전체 계약 내용을 따져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핵심은 해양플랜트 저가·부실 수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부실 수주는 해양플랜트 쪽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조선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자 국내 조선업체들은 원유 및 가스 시추와 관련한 해양플랜트로 눈을 돌렸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상선 발주가 줄어든 데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사업 경험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는 결국 화를 불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해양플랜트 가운데 시추설비인 드릴십에 강한 삼성중공업도 이 무렵부터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나 해상 액화천연가스플랜트(FLNG) 등으로 수주 영역을 넓혔다. 2011년 네덜란드 셸로부터 따낸 FLNG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매출 가운데 이런 기타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했다. 계약 1건당 적게는 10억달러, 대체로 20억달러를 훌쩍 넘었고 수주 당시만 해도 기술적으로 계약 이행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플랜트 건조에 나서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상선과 달리 하나하나가 맞춤 제작형인 데다 선주 측이 제시한 특정 기자재를 써야 한다는 등의 ‘추가(엑스트라) 계약’이 많다”며 “삼성중공업이 당초 생각한 것보다 경비가 많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2010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수주한 물량 중에는 저가 수주인데도 아직 인도가 끝나지 않아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끊어 달라고 할 때는 재무제표에 이익이 났다고 잡아놨겠지만 배를 인도하는 시점에는 실제 부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경험이 부족한 분야의 물량을 한꺼번에 수주하면서 기술을 갖춘 노동력이 모자랐고 제때 해양플랜트를 인도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는 원가보다 15~20%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단 삼성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제2의 삼성엔지니어링 되나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삼성중공업 부실 여부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이 회사가 ‘제2의 삼성엔지니어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은 저가 수주한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을 한꺼번에 재무제표에 반영하면서 1조2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삼성중공업 홍보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룹 경영진단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설령 일부 부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진출하는 데 따르는 수업료로 봐야 한다”며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를 적극 수주하지 않았다면 조선강국 지위는 일찌감치 중국 등에 넘어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