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번호이동 자율제한 도입해야 하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휴대폰 번호이동 자율제한제’가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방통위는 통신사 간 고객확보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자유시장 경제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16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한 조찬간담회에서 이 제도를 제안했다. 시장 과열 때 주식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처럼 과열된 고객 확보 경쟁을 가라앉히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통신 3사는 모두 이 제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소비자의 ‘선택’인 번호이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 논리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번호이동은 반사회적·반도덕적 행위가 아니다. 제한조치를 할 만한 근거가 취약한 셈이다. 보조금 규제와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자 간 담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장기적으로 통신사업자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경기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개연성도 크다.

방통위는 사후적인 규제만으로는 다양한 폐단을 부르는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통신사들은 불법 보조금을 통한 번호이동 경쟁에만 치중해 통화 품질과 요금제 등 기존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는 건전한 경쟁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됐다는 논리도 편다. 이를 막기 위한 사전 규제장치가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라는 설명이다. 방통위 의견에 찬성하는 강병민 경희대 경영대학 회계세무학과 교수와 이에 반대하는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가 각 입장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 지상논쟁을 벌였다.찬성 번호이동은 불법보조금 온상…이용자 차별 막는 장치 필요

지난 16일 방송통신위원장은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불법 휴대폰 보조금 근절의지를 천명하며 요금과 서비스에 기반한 경쟁을 촉구했다. 이를 위한 조치의 하나로 ‘이동전화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락할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와 유사하게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는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시장이 과열될 경우 번호이동 규모를 일정 기간 제한해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제도다. 이는 과다한 보조금 지출경쟁에 대한 즉각적 조치로서 시도하여 볼만한 제도이며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사업자들간 시장점유율 확대 또는 방어의 수단으로서 과다한 보조금의 지출 경쟁이 치열하다. 이동전화 보급률이 100%를 넘어 가입자 증가가 미미한 시장현실에서 지난해 이통 3사가 지출한 마케팅비는 6조원 정도나 된다. 이런 시장상황에서 품질이나 서비스 경쟁, 혁신적인 요금제 경쟁은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보조금 수준에 따라 이통사를 선택하고, 이통사들은 다시 보조금 경쟁에 몰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치열한 보조금 경쟁은 사업자의 투자 여력 감소로 인한 통신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잦은 단말기 교체로 인한 가계통신비 증가, 이용자들 모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요금인하 여지를 없애는 등 여러 폐해를 낳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보조금 혜택의 차별과 편중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휴대폰을 오래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휴대폰을 자주 교체하는 소비자들을 요금으로 보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심결에 따르면 번호이동 이용자와 휴대폰 교체 이용자간 보조금 수준은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러한 시장실패는 과다한 보조금에 대한 정부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정부의 거듭되고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1·23 대란’, ‘2·11 대란’ 등 과다한 보조금 지급은 중단되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하루 번호이동 2만4000건을 기준으로 시장과열 여부를 판단하고 불법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고 있다.

하지만 몇개월의 조사가 진행되고 이에 따라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하는 시점은 태풍이 지나간 뒤이다. 즉 현행의 즉각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후적 규제로는 상기 폐해들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이는 번호이동 제한제와 같은 즉각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이번 정부의 영업정지 제재기간이 끝난 후, 그간 시장점유율이 감소한 사업자를 필두로 과다한 보조금 지출경쟁이 반복되는 죄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게임의 치열한 양상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이러한 제도의 마련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를 도입시 주의할 사항은 그 취지가 불법 보조금 지출을 억제하자는 것이므로 일반이용자의 효익을 증가시키는 경쟁까지도 제한해서는 안 된다. 특히 번호이동의 급증이 과다한 보조금 지급이 아니라 요금의 대폭 인하, 혁신적 요금제 또는 서비스의 도입 등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번호이동 제한제도는 발동시기, 발동기간, 제한규모 등을 최소 수준의 보수적 관점에서 정해야 하며 어디까지나 본 제도의 도입취지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제도는 성격상 과열된 보조금 경쟁을 일시적으로 냉각시키는 장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는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과 보조금 지출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 및 실행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기고자의 요청에 따라 배포된 신문상의 내용도 본 기고문으로 대체합니다>

■ 찬성 포인트

과다한 보조금은 이용자간 차별 등 여러 폐해 양산
현행 사후적 보조금 규제는 시간적 한계 존재
불법 보조금 지출경쟁이 예상되는 시기에 적용 필요
건전한 경쟁까지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 필요


반대 통신3사 경쟁하지 말라는 것…소비자 선택권도 침해 우려

새로운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단말기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가 새롭게 제시됐다.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의 개념이 제시되지는 않았으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통신기업의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인해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과열 상황으로 판단해 사업자 간 가입자의 번호이동을 자율제한한다는 취지의 제도인 것으로 보인다.

논의에는 찬반이 있어야 하기에 필자는 반론을 제기하는 입장에서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의 추진에 있어서 고려할 주요 사항을 정리해 제도 도입과 관련한 논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첫째 아무리 좋은 정책도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면 추진하지 아니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예를 들면 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번호이동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과거의 번호이동 통계를 기반으로 이동평균법을 사용해 장기 추세치를 찾아볼 수는 있으나 기술 변화가 빠른 시점에 특히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되는 초기에는 그 추세치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상충…사업자간 담합 허용하는 것

또한 사업자가 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기업이윤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면서 뒤로는 자율규제 정책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조금을 이용한 고객 유치가 이윤 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영업정지 상태에서도 통신기업은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해 번호이동 고객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이와 같은 사업자의 유인구조를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간과하면 그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성공하기 어렵다.

둘째 번호이동 제한제도는 자율규제든 타율규제든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기 쉽다. 또한 자율규제는 공개적으로 사업자 간 담합을 허용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경제학의 기본이론에 따르면 사업자 간 담합은 흔히 소비자 후생을 낮춘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간 담합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기업이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준수하는 경우는 기업 이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흔히 기업의 이윤 증가는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셋째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는 통신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을 저하시켜 소비자의 협상력을 낮추고 거래를 위축시켜 경기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 경쟁 활성화라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원리이다. 가격경쟁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이 요금 인하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후생 증가로 전환된다. 이런 사유로 경쟁 활성화는 모든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추구하는 제1의 원칙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통신시장에서 자율규제를 통한 번호이동 제한제도로 인해 번호이동이 위축되면 경기 활성화가 더뎌질 수도 있다.

넷째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는 자유시장 경제원칙과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경제에서 반사회적이거나 반도덕적인 거래를 제외한 경제활동은 자유롭게 보장된다. 마약이나 음란물의 거래금지가 반사회적이고 반도덕적인 기준에 근거한 금지의 예이다. 그러나 통신사와 소비자 간 서비스 이용계약 체결은 반사회적이거나 반도덕적인 거래가 아니다.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 도입에 앞서 소비자의 번호이동 행위가 과연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시장 위축돼 경제활성화 걸림돌…기업들 정책 따르지 않을 수도

이외에도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를 실제 추진하기 위해서는 검토할 사항이 적지 않다. 몇 가지 준비할 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번호이동 자율규제제도 아래서 우리의 삶이 어떠할지 생각해 보자. 소비자는 통신사를 바꾸기 전에 먼저 번호이동시장이 과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가입하러 갔으나 만약 번호이동이 정지돼 있으면 그 상황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최악의 경우 확인하고 갔으나 대리점으로 가입하러 가는 사이에 과열로 바뀌면 돌아와야 한다.

이 규제제도 아래에서는 일기예보, 미세먼지 예보와 같이 이동통신시장 거래 상황을 정부나 사업자가 매일 또는 매시간 고시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다음날 또는 몇 시간 후의 이동통신시장 거래 상황을 예보하는 서비스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번거로움을 감내하면서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를 추진해야 할 정도로 편익이 큰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사회나 타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이런 기업의 이기적 유인구조는 바로 시장경제의 원동력으로서 비난할 대상도 규제할 대상도 아니다. 단지 정부는 기업의 그런 이기심이 시장에서 경쟁 활성화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공정경쟁 시스템을 구축하고 감시하면 된다. 정부가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도의 효과와 부작용을 신중하게 헤아려 현명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 반대 포인트

기업이윤에 도움 안 돼 실효성 없는 규제로 전락 우려
사업자 간 담합 허용해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
통신사업자 경쟁력을 저하시켜 경기 활성화에 걸림돌
반사회적 거래 외의 경제활동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와 충돌

■ 읽을 만한 자료△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3)
△정보통신산업의 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 (미래창조과학부, 2013)
△제4이동통신사업자 등장의 전망과 과제 보고서 (국회 입법조사처, 2014)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