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토종 증권사, 금융시장 '기회' 잡으려면

김성욱 <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국내 가계 금융총자산은 2700조원 수준이다. 전체 가계 자산의 25% 정도다. 나머지 대부분은 부동산으로 채워져 있다. 반면 우리보다 먼저 ‘늙은’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 비율은 59%에 이른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가정할 경우 앞으로 우리는 약 20년 이상 매년 두 자릿수의 금융자산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저성장·저금리·금융시장 저변동성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노후 연금상품처럼 장기 투자에 적합한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이 같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해외 투자 기회는 더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해외 성장 국가의 과실을 국내 가계가 향유하고, 국가의 안정적인 환율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순기능적 측면이 적지 않다.

문제는 그 과실이 고스란히 외국 금융사의 몫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산관리업이 더 발전하고 미국에서 발달한 연보수증권계좌(fee-based brokerage account)도 활성화될 것이란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매매거래약정 기반 수수료 제도가 아닌 자산관리 규모와 수익률에 근거한 보수(fee) 제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국내 증권사로선 적응해야 할 과제가 또 생기는 셈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무한경쟁 자산관리산업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집중적인 인력 양성이 필수다. 얼마 전 신입 리서치 요원을 직접 채용했다.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훌륭한 인재가 많이 지원해 깜짝 놀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국내에도 풍부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 계기였다.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을 얼마든지 호기로 활용할 토대는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인적자원 활용 여부가 결국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 이유다.

김성욱 < SK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