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PP 협상, 준비는 철저히 진행은 천천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TPP에 뒤늦게 참여하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TPP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요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만큼 FTA보다 훨씬 광역적 개방이라 할 수 있다. 참가 12개국의 재화와 서비스 정보 등의 교류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협상이다.

무엇보다 TPP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협상이 어제 결렬됐다는 것은 우리에게 다소간 시간을 벌어주는 측면도 있다. 더구나 미국은 11월 의회 중간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농업과 자동차 업계 등의 압력으로 쉽게 타결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가 선거 이전에 이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해도 의회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이번 미·일 협상에서도 미국이 일본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이런 시각에서 이해된다.

한국은 TPP 가입을 위해선 농축산물 시장을 지금보다 더 열어야 하고 자동차나 금융시장도 추가 개방해야 한다. 제약산업 등에서 특허보호 문제는 선진국과 후진국 간 첨예한 갈등이 노출돼 있다. 그외 분야에서도 철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 이해집단의 반발도 설득해야 하고 특히 한·중 FTA와의 관계 설정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TPP는 당연히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너무 늦어져도 일러도 곤란한 것이 TPP이기도 하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