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2012년 저가수주 안한 게 전화위복"

CEO투데이 - 김연신 사장

헐값수주 채권단이 제지…건조물량 바닥까지 떨어져
조선경기 회복조짐 보이자 배값 오르고 주문 몰려
7월 되면 야드 다시 붐빌 것…2016년 흑자전환 자신
성동조선해양 직원들이 경남 통영 조선소에서 참치잡이 어선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주가 크게 늘었다. 이상은 기자
“대부분의 조선사가 도크를 비워놓지 않으려고 ‘저가 수주’를 했던 2012년에 수주를 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득이 된 것 같습니다.”

김연신 성동조선해양 사장(62·사진)은 최근 경남 통영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작년 하반기 조선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해운사들이 건조 여력이 많은 성동조선에 앞다퉈 발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2016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익 남는 수주에 집중

지난 25일 그와 함께 둘러본 성동조선 야드에는 생각보다 배가 많지 않았다. 2012년 수주한 참치잡이 어선 2척과 18만t급 화물선 1척이 한창 모양을 갖춰가고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일감이 몰려들어 도크가 꽉 찼던 때와는 달랐다.그러나 앞으로 늘어날 일감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는 컸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를 많이 수주했는데 아직 설계 단계”라며 “현장 작업을 하는 배가 지금은 5척 정도지만 오는 7, 8월부터는 40척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동조선은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일감을 주체하지 못했다. 세 단계에 걸쳐 넓힌 야드 규모가 194만4000㎡에 달해 인근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의 세 배였다. 그러나 금융위기 속에 대규모 손실을 보고 원가에 못 미치는 값에 배를 수주하다가 2010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4년째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조선업은 거시경제에 따른 경기 사이클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옛 경영진은 2006~2008년의 최고 호황기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회사를 운영했다”고 지적했다.김 사장은 채권단이 선임한 두 번째 대표이사다. 1978년부터 20년간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한 김 사장은 2003년부터 10년간 한국선박금융 사장으로 재직하다가 2012년 성동조선에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4월 대표이사 총괄사장으로 취임했다.

○2016년 흑자전환 기대

성동조선은 지난 3년간 큰 고통을 겪었다. 채권단이 저가수주를 제지해 수주량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있었다. 그러나 채권단은 2조원가량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고, 지난 3월 1조628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결의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성동조선은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났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재무적으로도 완전히 깨끗해졌고, 금융위기 직전까지 투자를 계속한 덕에 최신식 설비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3212억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계속 문제가 된 실적도 2016년에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이익이 나는 수주가 증가하고 있어 올해는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2016년부터는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동조선 수주실적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고 있다. 채권단이 저가수주를 막았던 2012년에는 총 4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는 44척, 올해는 총 28척을 수주했다.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시핑이 발주한 15만8000t급 원유운반선 5척(옵션 2척 포함)도 27일 3500억원에 수주했다고 발표했다.김 사장은 “성동조선은 2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게 기술력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350명 수준인 연구개발(R&D) 인력을 450명 정도로 늘려 친환경·고효율 선박(에코십) 등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영=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