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1946~)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비싼 식사를 마다하고 집으로 돌아와 라면을 끓인 적이 있습니다. 잔칫집 같은 세상에 나 자신은 불청객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쓸쓸한 마음에 짭짤한 인스턴트 국수 한 그릇을 먹으니 기분이 조금 풀리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오늘 저녁 뒷모습 허전한 당신과 나. 국수 한 그릇 같이 하고 싶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