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슈퍼루키' 백규정, KLPGA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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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 우승키 173cm의 ‘여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백규정(19·CJ오쇼핑)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총상금 5억원)에서 신인답지 않은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국내 최강자 장하나(22·BC카드)를 무너뜨리고 감격의 데뷔 첫승을 따냈다. 백규정은 27일 경남 김해의 가야CC(파72·666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장하나를 2타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은 1억원.
장하나 2타차로 따돌려…데뷔 후 첫승
동갑내기 김민선 등 6명 '톱10'에 자리
2012년 김효주 김민선과 함께 세계골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백규정은 지난해 시드전을 1위로 통과해 올해 데뷔했다. 백규정은 이날 8번홀(파4)부터 3연속 버디를 낚으며 합계 10언더파로 3타차 선두에 나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으로 OB가 난 데 이어 1벌타를 받고 친 네 번째 샷이 그린을 놓친 끝에 ‘5온1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했다.장하나는 이를 놓치지 않고 14번홀(파4)에서 5m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홀에서 그린을 놓친 백규정은 파세이브에 실패하며 선두자리를 내줬다.
장하나는 그러나 15번홀(파4)에서 펀치샷으로 1.2m 버디 기회를 만들었으나 이를 성공시키지 못하며 달아날 기회를 놓쳤다. 설상가상으로 16번홀(파5)의 티샷이 밀리면서 페어웨이 오른쪽 숲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장하나는 나무 아래 멈춘 공을 간신히 뒤로 빼낸 뒤 4온을 했다. 백규정은 이 홀에서 6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5m 파퍼트를 실패한 장하나에 재역전했다. 장하나는 17번홀(파3)에서 3.5m 버디 찬스를 만들었으나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18번홀에서 장하나가 다시 3m 버디 퍼팅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백규정이 8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홀 버디 퍼팅이 들어가는 순간 뜨거운 눈물을 흘린 백규정은 “지난해에도 우승권에 근접했다가 막판에 무너진 기억들이 떠올랐다”며 “우승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도 나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백규정은 “10번홀을 마치고 3타차 선두로 여유가 있었으나 11번홀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OB를 냈다”며 “이후에도 몇 차례 중요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받았던 멘탈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두둑한 배짱으로 유명한 백규정은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짧게 쳐서 3퍼트할 바에는 길게 쳐서 3퍼트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백규정이 마지막홀에서 8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것도 강심장을 소유해야만 가능한 ‘클러치 퍼팅’이었다. 평소 선캡 모자를 즐겨쓰고 힙합 음악을 즐겨듣는 백규정은 골프 이외의 삶도 즐길 줄 안다.
이번 대회에서 1995년생 루키 돌풍이 불었다. 백규정에 이어 김민선 박주영(24) 김지희(20)가 합계 6언더파 공동 3위를 했고 동갑내기 고진영 서연정 김민지는 합계 5언더파 공동 6위를 했다. 1996년 1월3일생인 오지현은 합계 4언더파 공동 9위에 올랐다. 10위권 내에 무려 6명의 1995년생 신인들이 들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