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훈 사장 "LG CNS 질주 비결은 900개 학습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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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투데이지난해 국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장에서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LG CNS가 업계 맏형인 노틸러스효성을 처음으로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것. 작년 1만4000대 규모의 국내 ATM 시장에서 LG CNS는 7000여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도 50%를 넘겼다.
학습 DNA가 조직 경쟁력…취임이후 스터디 활동 장려
해마다 성과공유 발표대회…작년엔 로봇연구팀 대상
현금입출금기 개발에 응용…점유율 50% 돌파 승승장구
LG CNS의 ATM 사업이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는 직원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든 ‘사내 학습(스터디) 모임’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대훈 LG CNS 사장(사진)은 2010년 취임 당시부터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내 스터디 활동을 장려해 왔다. 그 성과로 LG CNS에는 현재 어학·업무 관련 등 900여개 사내 모임이 있다.
김 사장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보면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며 “기업이 장수하려면 학습 DNA가 뛰어난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LG CNS는 김 사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2010년부터 사내 모임의 성과를 공유하고 시상하는 행사(배움과 나눔의 장)도 열고 있다. 4회째를 맞은 지난해 행사에서 대상을 받은 팀이 바로 ATM을 개발하는 금융자동화사업부 모임이다.‘임베디드 비전 시스템’이란 이름의 이 모임은 5명이 각종 로봇을 개발·제작하고 있다. 구성원 모두 대학 시절부터 로봇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로봇 마니아’다. 관심 있는 직원이 많아 올해는 인원을 9~1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모임의 리더 격인 조한철 금융자동화사업부 책임연구원은 고교 때부터 직접 게임을 만들 정도로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대학 때 ‘마이크로마우스’(전자쥐·각종 센서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해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등을 만들며 로봇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며 “눈치 보지 않고 회사에서 로봇을 탐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로봇을 통해 업무 성과도 높이고 있다. 이정인 선임연구원은 “로봇의 시각 센서 등을 통해 ATM의 지폐 인식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작년에 대상을 받은 주제도 ‘로봇을 활용한 영상 처리’였다”고 설명했다.지난해 행사장에서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붉은색을 인지하는 로봇을 시연했는데 즉석에서 여직원의 빨간 가방을 받아 로봇이 이를 따라가는 장면을 연출해 웃음을 자아냈다.
모임의 막내인 김은기 연구원은 대학 때부터 각종 공모전에 참가하며 로봇을 만든 실력자다. 김 연구원은 “대학 1학년 때 직접 제작한 ‘4족 로봇’을 학생들 앞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며 “당시 친구들이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로봇에 더 애착이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받은 상금으로 장비를 늘렸다.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거북이’란 이름의 모바일 로봇과 물건을 들 수 있는 ‘로봇 팔’ 등을 새롭게 구매했다.
올해 말 행사에서는 또 다른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 로봇 팔과 모바일 로봇을 이용해 커피 배달을 시연할 계획인 것. 조 책임연구원은 “컴퓨터 앞에서 소프트웨어만 연구하다 로봇을 통해 종합적인 연구를 하니 업무 성과도 더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