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지방재정·세제통' 모인 안전관리본부…'세월호 참사'에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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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문가 못키우는 관료집단“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꾼 뒤 안전 업무를 맡은 조직 규모만 늘렸을 뿐 세월호 사고와 같은 실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재난 '컨트롤타워'지만 간부 16명 중 전문가 1명
세월호참사 초기부터 혼선
소방방재청서 인력흡수 시도…"예산 줄어든다" 거센 반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안행부가 주축이 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보여준 재난관리 역량의 부재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안행부는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부터 실종자 숫자에서 잇따라 혼선을 겪으면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덩치는 키웠지만
중대본이 사고 초기부터 실수를 남발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은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로 넘어갔다. 안행부에 정작 재난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점도 작용했다.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3월 ‘국민안전 강화’를 목표로 내세우며 종전 행정안전부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안행부를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 만들기 위해 기존 조직인 재난안전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시켰다. 본부 산하에는 안전정책국·재난관리국·비상대비기획국 등 3개국 10개과를 신설하는 등 기존 1실·2관 체제에서 1본부·3국으로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인력도 종전 대비 두 배가량 많은 140명까지 늘렸다.
정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 두 달 전인 2월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침몰·붕괴 사고 등의 ‘인적·사회재난’은 안행부 안전관리본부가 총괄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신설된 후 10년간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소방방재청은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만을 관리하는 것으로 업무 범위가 축소됐다. 중대본 차장도 종전 소방방재청장에서 안행부 2차관이 맡도록 했다.
문제는 소방방재청에서 안행부로 컨트롤타워 역할이 이관됐지만 재난관리 및 방재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은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대본 본부장인 강병규 안행부 장관과 차장인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은 주로 지방행정 분야를 다뤘던 사람들이다. 총괄조정관을 맡았던 이재율 안전관리본부장은 1년간 재난안전관리국장을 맡은 경험 외에는 경기도 및 본청 지방행정 분야에서만 근무했다. 국장급 이상 간부 중 재난관리 전문인력으로 꼽히는 간부는 소방방재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윤재철 재난관리국장 한 명뿐이다.과장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대본에서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주무과장인 김광용 안전정책과장과 정윤한 재난협력과장은 지방재정 쪽에 오래 있었다. 안행부 장관을 비롯해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업무를 수행하는 과장급 이상 간부 16명 중 전문 인력은 윤 국장 1명에 불과하다는 게 안행부 관계자의 설명이다.조직 이기주의까지 가세
지난해 3월 안행부로 명칭을 변경할 당시 실질적인 재난 관련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선 방재업무를 담당하는 예방안전국과 방재관리국 등 소방방재청 인력을 흡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안행부와 소방방재청 양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소방방재청은 관련 인력이 흡수될 경우 전체 350여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떨어져나가고, 예산도 최소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란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안행부 내부에서도 소방방재청 인력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내무부와 총무처 업무가 주축인 안행부에서 재난관리 분야는 기피 부서 1순위다.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안전관리본부 신설 당시 안행부 내부에서 ‘에이스’로 평가받는 인력들을 담당과에 배치했다”며 “문제는 이들이 재난안전 분야가 아닌 지방행정·지방세제 전문가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현재로선 안행부가 총체적인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로서의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안행부가 소방방재청 인력을 흡수하는 등 방재 전문 인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