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보직의 민낯…'아마추어 관료' 판친다

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간부급 한자리 2년 이상 머물면 "물먹었다"
재난본부, 전문가 단 1명…간판만 '안전행정부'
“보직과장 1년이면 지겨워서 더 못해요. 전문성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죠.”

경제부처 S과장은 공무원의 보직인사가 잦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투였다. 사실 중앙부처 국·과장은 대개 1년짜리 보직이다.순환보직 인사의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이 관료집단 전반에 드리운 위험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성을 경시하는 풍조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 직후 상황을 장악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재난 전문가는 전무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과장급 이상 간부 16명 중 재난 전문가는 딱 한 명뿐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순환보직으로 불리는 이른바 ‘뺑뺑이 인사’가 빚어낸 적폐(積弊)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2년 각 부처의 국장급 이상(고위공무원단) 전보자 415명 중 2년 내 자리를 옮긴 공무원은 89.7%에 달했다.

중앙부처 인사는 거의 매년 한다. 승진 예정자가 가야 할 자리가 정해지면 다른 사람들도 연쇄적으로 이동한다. 개각으로 장관이 바뀌면 대규모다. 역대 정부의 장관 평균 재임기간이 14개월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중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관료들도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힘 센 부서를 거쳐야 다음에 승진을 노릴 수 있고 퇴직 후 선택지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힘없는 자리에 2년 넘게 있으면 “물먹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현직에 있을 때나 퇴직 후나 보직을 돌리고 자리를 챙기는 일은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하는 지금의 관료집단은 순환보직 관행을 냉철하게 짚어볼 때가 됐다.

주용석/강경민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