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알짜기업 넘길 수 없다"…英·佛 정치권서 '제동'

영국 "수출·고용안정 해쳐"
프랑스 "국가기간산업인데…"
미국이 올 들어 유럽 알짜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면서 영국과 프랑스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영국 2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프랑스 기술력의 상징인 알스톰이 각각 미국 화이자와 제너럴일렉트릭(GE)의 먹잇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 3위 제약사 화이자는 28일(현지시간) 세계 6위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화이자가 제시한 금액은 영국 기업의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금액인 600억파운드(약 104조1700억원). 화이자는 이미 지난 1월 이 회사 측에 인수 의향을 전했다가 퇴짜맞았고, 이번 인수 의향 역시 거절당했다고 발표했다. 화이자의 이 같은 행보는 아스트라제네카를 결국 협상테이블로 다시 끌어오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시장에선 이번 M&A가 성사되면 영국 경제에 외국 자금이 대거 유입돼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치권과 일부 업계 관계자는 인수 부작용을 우려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7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데다 이 회사 수출액이 영국 전체 수출 규모의 2%를 차지한다”며 “정치권에서는 영국의 제약산업 기반이 붕괴될지 모른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치권도 ‘국민 기업’ 알스톰의 해외매각 건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스톰은 초고속열차 테제베(TGV) 생산기업이자 국가 전력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다. 미국 GE와 독일 지멘스가 각각 지분 29%와 에너지부문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정치권은 반발하고 있다. 아르노 몽테부르 산업부 장관은 “알스톰은 프랑스 산업의 힘이자 창의력의 상징”이라고 못박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을 만나 면담하는 등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