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감면이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악의적 주장들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조세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소기업 연구개발 조세지원의 현황 및 과제’라는 보고서를 냈다. 조세지원으로 중소기업 R&D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면 그런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 보고서가 이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R&D 조세지원 혜택이 단순히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인식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

보고서가 대기업 편중을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R&D 조세지원에서 대기업 비중은 2010년 59.4%, 2011년 61.1%, 2012년 62.8%로 계속 증가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40.6%, 38.9%, 37.2%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R&D 조세지원의 상위기업 집중도가 높다고도 했다. 하지만 초점이 빗나갔다. R&D 투자 대비 조세지원 혜택은 중기가 대기업보다 훨씬 높은데도 어째서 중기 R&D 투자는 그만큼 늘지 않는지가 문제의 본질이다. 결국 보고서는 대기업이 R&D투자를 많이 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을 따름이다.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만 해도 그렇다. 2011년 전체 세액공제 중 대기업 비중은 60.2%였다. 그러나 전체 R&D 투자 가운데 대기업 비중이 74.2%인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 편향이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런데도 자꾸 편향이라고 우기니 정치권에서 R&D 조세지원에서 아예 대기업을 빼자는 황당한 법안까지 발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기업 특성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중견기업의 실효세율이 대기업보다 높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렇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구할 때 세무조정은 고려했는지, 향락업종 등이 중견기업에 포함됨에 따른 착시는 없는지, 대기업은 외국에서 번 소득이 많은 만큼 외국 납부세액공제를 빼고 비교했는지 등 허다한 의문을 남긴다. 중견기업의 애로를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대기업이 중견기업보다 법인세를 적게 낸다고 몰아가서야 말이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