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노후 준비] '시간의 마술' 눈 뜬 3040…"연금·장기펀드에 최대 70% 넣어요"

장기투자 주도하는 젊은층

'복리 효과'의 매력
月100만원 펀드, 年수익 10%땐 5년후 7700만원, 25년후 6억원

소득·세액공제 상품 인기
펀드슈퍼 신규계좌 하루 4000개…개인연금 가입자도 이례적 증가
초등 1학년 딸을 둔 서홍만 씨(36)는 지난달부터 개인연금 납입액을 두 배로 늘렸다. 지금까지 넣던 월 30만원으로는 은퇴 후 생활자금이 부족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갈수록 적어질 거란 얘기 때문에 불안하다”며 “생활비가 빠듯하지만 가급적 노후를 위한 연금 납입액을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일찍 노후 준비에 나서는 3040세대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시라도 젊을 때 개인연금이나 장기적금·펀드에 가입해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게 이득이란 판단 때문. 전문가들은 노후 준비 시기를 앞당길수록 여유 있는 은퇴 이후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장기펀드 찾는 신투자족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인 개인연금 가입자는 30대와 40대에서 증가세다. 노후 준비가 퇴직을 앞둔 50대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생명의 경우 개인연금에 신규 가입한 30대는 2012년 10만9737명에서 작년 11만5명으로, 40대는 같은 기간 12만6023명에서 13만4021명으로 증가했다. 이미 성숙한 개인연금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 수가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험업계는 평가한다.

노후 준비를 위해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매년 만 25~64세의 성인 235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하는 ‘펀드 투자자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노후·은퇴 대비 목적으로 펀드에 투자한다”고 답한 30대 비중이 2012년 14.2%에서 작년 15.7%로 1년 새 1.5%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출범한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 역시 젊은 층이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3040의 젊은 세대인 만큼 인터넷을 통해 저가형 펀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장기 가입 때 이점도 적지 않기 때문. 펀드 슈퍼에선 매일 4000개 안팎의 신규 계좌가 개설되고 있다.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차장은 “펀드 슈퍼를 찾는 사람의 대다수가 30~40대”라며 “3년 이상 투자 땐 후취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 가능액 대부분 장기 투자도”월수입의 상당액을 노후 대비용으로 투자하는 사례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맞벌이 부부인 공기업 과장 강모씨(41)와 중견기업 과장 박모씨(38)의 월소득 합계액은 810만원이다. 이들은 올 1월부터 연금보험에 월 60만원, 연금저축펀드에 30만원씩 넣고 있다. 연금 상품의 수령시기는 부부 모두 15~20년 후다. 적립식 펀드에도 10~20년 투자를 목표로 월 40만원씩 붓고 있다.

아내 박씨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에 별도로 월 50만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다. 주택대출 원리금 180만원과 생활비 250만원, 자녀 교육비 80만원, 양가 부모님 용돈 50만원을 제외한 금액(250만원)의 72%(180만원)를 초장기 금융상품에 넣고 있다.

강씨는 “부부 모두 은퇴할 때와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시기가 겹칠 것 같아 퇴직 이후를 중심으로 재테크 설계를 다시 했다”며 “아이가 자라면서 교육비가 늘더라도 소득 증가분으로 충당할 수 있고, 정 안되면 생활비를 줄이면 된다”고 말했다.대기업 건설사에 3년 전 입사한 안모 대리(32)도 학자금 대출 1200만원을 다 갚은 작년 말부터 연금저축 3종에 11만원씩 매달 33만원을 넣기 시작했다. ‘신영마라톤’ ‘한국밸류10년투자’ 등 국내주식형 가치주펀드 위주다. 강씨는 “연금저축은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어 필수 가입상품이란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가입 빠를수록 복리효과 극대화

전문가들은 노후를 일찍 준비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는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준비 시기가 빠를수록 ‘시간의 마술’로 알려진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매달 100만원씩 펀드에 넣어 연 10%의 수익을 얻는다면, 5년 뒤 7717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매하지 않고 15년을 더 놔두면 3억7417만원, 20년을 더 놔두면 6억260만원을 챙길 수 있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PB팀장은 “퇴직시기를 불과 몇 년 앞둔 상태에서 급하게 노후 준비에 나서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젊을 때부터 선 저축, 후 소비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는 “젊을 때는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개인연금에 넣고 여유자금이 있다면 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펀드 납입액이 목돈으로 쌓이면 분산 투자해 더 큰 자금으로 불려나가는 전략을 쓰라”고 조언했다.

조재길/황정수/김은정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