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안가는 돈…상가·공장경매에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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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소득 과세案 이후 '풍선효과'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지방 토지 등 비(非)주거용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월 말 임대소득 과세를 주요 내용으로 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감됐고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최근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반작용이란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에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례·마곡 상가 웃돈 최대 1억
아파트형공장 낙찰가율, 아파트 추월
중국인 몰리는 제주 등 지방땅도 후끈
○위례·마곡·LH 단지 내 상가 인기수도권 대규모 택지지구와 지방 혁신도시 상가시장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위례·마곡·LH(한국토지주택공사) 단지 내 상가’가 탄탄한 배후수요와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봄 분양 성수기를 맞아 상가 임대료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다.
위례신도시(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하남시)와 서울 마곡지구에서 작년과 올해 분양한 단지 내 상가들은 최고 1억원 가까운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마곡지구 ‘현대 힐스테이트에코’는 최근 3.3㎡당 47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3.3㎡당 4200만원)보다 높은 금액이다.위례신도시에선 계약금 3000만원을 먼저 입금한 순서대로 분양당첨자를 뽑은 ‘송파 와이즈 더샵’ 단지 내 상가가 화제다. 이 상가는 접수 시작 16분 만에 모든 점포가 ‘완판’됐다. 119개 점포 모집에 1200명 넘게 몰려 평균 경쟁률 10 대 1을 기록했다. 일부 1층 점포의 경쟁률은 49 대 1에 달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약을 시작하자마자 2000만~3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라며 이동식 중개업소 ‘떴다방’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
LH가 경쟁 입찰로 분양한 혁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내 점포 44개도 모두 팔렸다. 저렴한 분양가가 인기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나주 광주전남혁신도시에서는 모든 점포의 낙찰가가 예정가의 200%를 넘겼다. 예정가 1억8800만원이었던 한 점포는 5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시장 달구는 아파트형 공장·토지경매시장에서도 비주거용 부동산인 아파트형 공장과 토지가 인기다. 기업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아파트형 공장은 올 들어 입찰경쟁률과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수도권 아파트형 공장의 평균 낙찰가율은 84.4%에 달했다. 아파트 낙찰가율(84.2%)을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는 권리분석이 비교적 단순하고 수요자도 많아 매년 낙찰가율 1위를 기록해 왔다”며 “아파트형 공장 낙찰가율이 아파트 낙찰가율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오피스텔과 달리 공급이 넘치지 않는 것도 인기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경매에 부쳐진 수도권 아파트형 공장은 모두 1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1건)에 비해 33% 줄었다.
지방 주요 지역의 토지 경매시장도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토지 낙찰가율은 평균 70.5%로 수도권(54.7%)을 크게 웃돌고 있다. 낙찰가율이 90~100%를 웃도는 고가 낙찰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의 평균 토지 낙찰가율은 108.8%에 달했다. 감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땅이 팔렸다. 최근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 자본 투자가 늘면서 땅값이 강세를 보인 것도 이유다. 대구의 토지 낙찰가율도 103.7%에 달했고, 경북·전남·광주도 90%를 넘어섰다.
경매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지난 2월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이 발표된 이후 주거용 부동산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비주거용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진/조성근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