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 명예회장의 '기술인재 사랑'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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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힘이 강해지려면 기술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대학 두곳에 2700억원 투자“농축산은 생명산업으로 아주 중요한데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입니다. 우리 대학은 창학 이념에 따라 농축산 분야 발전에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교직원과 젊은 대학생들이 함께 노력해주기 바랍니다.”
1974년 천안연암대학 설립
농업계 최고 전문대학으로 육성
연암공업대학도 취업률 84.6%
그룹 경영 떠나서도 학교에 '애착'
구자경 LG 명예회장(89)은 지난 7일 충남 천안연암대 교내식당에서 열린 개교 40주년 기념만찬에 참석해 줄곧 감회어린 표정으로 참석자들을 일일이 격려했다.구 명예회장이 교육사업에 발을 내디딘 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1973년 7월 ‘인재육성’과 ‘과학기술 진흥’이라는 연암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구 명예회장이 학교법인 LG연암학원을 설립했고 이듬해인 1974년 5월7일 충남 천안에 천안연암대를 세웠다. 구 명예회장이 10년 뒤인 1984년 경남 진주에 설립한 연암공업대도 9일로 30주년을 맞는다. 두 대학이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 수는 천안연암대 9792명, 연암공업대 1만2929명이다.
진주사범학교를 나와 5년간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구 명예회장은 실용적인 인재 교육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실무 인재를 키우는 전문대학만 두 곳을 설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구 명예회장이 천안연암대를 세운 것은 낙후된 농촌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 근대화의 기수가 될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천안연암대에 대한 구 명예회장의 애착은 남다르다. 1995년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경영을 맡긴 뒤에는 천안연암대 인근에 집을 마련해 머물면서 수시로 학교 정원수 등을 가꾸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연암공업대는 국가 발전에 기여할 우수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구 명예회장은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입버릇처럼 “나라의 힘이 강해지려면 기술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술입국의 꿈과 비전을 제자들에게 심어주려고 힘썼다.
구 명예회장은 학교 설립 초기부터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LG연암학원이 지난 40여년간 두 대학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2700억원. 국내 사립 전문대학 중 최고 수준이다.
이 덕분에 천안연암대는 실기 중심의 교육을 앞세워 국내 최고 농업계 전문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에는 네덜란드의 청정 설비 및 첨단시설을 도입해 국내 농업인들이 선진 농업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교육여건 덕분에 천안연암대는 농축산 계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으로 선정됐다.연암공업대는 개교 때부터 산학협력체계를 구축해 매년 맞춤형 인재 300여명을 육성하고 있다. 2012년에는 스마트융합학부를 개설해 LG전자, LG이노텍, LG CNS 등 LG 계열사에 필요한 첨단 소프트웨어 및 핵심 전기자동차 부품 분야의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이 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84.6%에 달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