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INE, 다시 찾은 '화려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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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Style
피비 파일로, 英 스타 디자이너…셀린느 부활 이끌어
파리지앵 감성에 실용주의 입힌
'별그대'의 '천송이 코트·백' 완판
단화 스타일 슬립온도 유행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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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자이너인 마이클 코어스를 영입한 것은 1997년이다. 코어스는 셀린느 특유의 파리지앵 감성에 미국식 실용주의를 접목했지만 2004년 물러날 때까지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침체기를 겪던 셀린느를 재건한 것은 2008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영입된 피비 파일로였다.
파리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인인 파일로는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프랑스 특유의 감성에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도입해 셀린느를 일명 ‘쿨 미니멀리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시킨 일등 공신이다. 영국 런던의 센트럴세인트마틴학교를 졸업한 그는 영국이 낳은 또 다른 스타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이끌던 명품 브랜드 ‘클로에’에서 수석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2005년 2010년 영국패션협회가 주는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올초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새라 버튼, 스텔라 매카트니에 이어 영국 왕실의 훈장인 OBE를 받아 화제가 됐다. 지난달에는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파일로의 셀린느는 프랑스의 귀족주의적인 감성에 현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절묘하게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훌륭한 소재+섬세한 재단’이란 명품의 필수 조건도 갖췄다.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아하게 딱 떨어지는 선이 특징이다.
이 같은 셀린느의 정체성을 구현한 대표 제품이 바로 트라페즈백이다. 날개가 달린 듯한 독특한 실루엣의 이 백은 날개를 안으로 접어 넣어 사각형 백으로도 연출할 수 있다. 어깨 끈이 달려 있어 숄더백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끈을 떼어내면 토트백으로도 쓸 수 있는 멀티 아이템이다. 최상급 송아지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를 섞어 만들었다. 매 시즌 다른 색상을 조합해 출시된다. 트라페즈란 프랑스어로 ‘사다리꼴’이란 뜻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325만원.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