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끌어안아야 할 저숙련 이주노동자

"저출산으로 이민자 유입 불가피
3D업종 지탱하는 60만 이주자도
사회통합 대상에 포함시켜야"

박영범 <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hawaiikai95@hanmail.net >
한국에는 전체인구의 3% 정도인 150여만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외국인 비중은 작은 편이나 최근 들어 이주 외국인의 사회통합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결혼이민자, 저숙련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외국인 체류자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이민자통합정책지수(MIPEX) 순위는 유럽연합(EU) 27개국이 포함된 36개국 중 13위였다. 특히 노동시장 이동성과 교육영역에서 EU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정부의 이주자 사회통합을 위한 지원도 강화돼 결혼이주자 가정의 사회통합을 위한 정부예산인 다문화가족 예산은 2009년 이후 3배 가까이,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은 2010년 76곳에서 2014년 3월 304곳으로, 프로그램 참가자수도 2009년 1300여명에서 2013년 1만4000여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정부 이민정책 기조의 하나가 사회통합이지만 이는 한국인이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민정책이 아니라 외국인 정책으로 통용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상당수의 한국인은 여전히 이민자를 국외자로 인식하고 있다. 5000년 역사의 단일민족 국가라는 특성은 있으나 저출산으로 인한 성장동력의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대규모 이민자 유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외국인에 대한 수용성 제고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MIPEX에 따르면 한국의 이민자에 대한 차별해소 부분은 평균보다 낮았다.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려는 한국인의 노력, 정치적 자유, 국적 취득의 용이성에서 취약했다. 지자체의 외국인 관련 업무 공무원 60%가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정부는 법제도의 도입뿐 아니라 도입된 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다문화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고착화시키고, 최약계층 내국인을 역차별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민자를 사회적 약자가 아닌 참여자로 대우해야 진정한 이민자 사회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논거다. 특히 최근 들어 결혼이민자가 과거와는 달리 중개인을 통한 결혼 비중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아직도 다문화정책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시집을 온 개발도상국가의 여성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웃 일본이 취업을 위해 입국한 이주자를 근로자로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연수생으로 받아들이는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상당히 혁신적인 조치를 취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의 주를 이루는 60여만명의 저숙련 이주자는 아직도 정부의 사회통합 대상이 아니다. 정주가 허용되지 않고, 고용계약이 끝나면 자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합법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이민정책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국가 정책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전문 외국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 외국인력은 5만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기업문화, 복지, 교육 환경 등이 전문 외국인력을 유치할 만큼 매력적으로 바뀌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들에게 국적은 큰 의미가 없으며, 모든 나라가 탐내는 글로벌 인재를 어느 정도 유치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영범 <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hawaiikai9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