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민감한 외국인, 내수株로 키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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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샀던 電·車 등 수출株 대거 팔고 내수株로지난달 수출주를 대거 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내수주로 급선회하고 있다. 1030원대에서 버티던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로 추가 하락(원화 강세)하자 포트폴리오 단기 조정을 통해 수익률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내수주는 물론 수출주 내에서도 사고파는 종목이 갈리고 있다.○한국전력, 외국인 ‘사자’ 집중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4거래일 만에 7439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 한 달 전체 순매수금액(2조8016억원)의 26%가 넘는 금액이다. 네이버(2478억원) 현대차(1924억원) 삼성전자(1141억원) 삼성중공업(763억원) 등에 ‘팔자’ 주문이 집중됐다. 삼성전자와 자동차주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를 차지했다.
원재료 수입비중 높은 한전 1000억 넘게 담아
매수 리스트에 SK텔·KT&G·오리온 등 이름 올려
반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한국전력을 1067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화재(430억원) SK텔레콤(329억원) KT&G(259억원) 등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9개가 내수 관련주다. 내수주들은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아 원화가치가 강세일 때 수혜를 보는 대표 업종이다. 특히 한국전력은 수혜 폭이 큰 종목으로 꼽힌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전력은 연료를 수입할 때 환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원화강세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곧바로 실적에 반영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연간 2300억원가량의 이익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실적 회복이 본격화된 가운데 원화강세가 더해지면서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덕분에 한국전력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SK텔레콤 KT&G 오리온 등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다른 내수주들도 약세장 속에서 두드러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진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외국인 매매 흐름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030원 밑으로 빠지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무너졌다”며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는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보다 방어적인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적 따라 종목선택 차별화모든 내수주가 외국인의 선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현대백화점과 CJ오쇼핑, GS홈쇼핑 등 유통주와 하나투어 아시아나항공 등 여행·항공주는 오히려 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세월호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내수 소비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승표 삼성증권 연구원은 “저가 항공사와 여행사를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제약 등도 전통적인 원화강세 수혜주로 꼽히지만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원화강세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속도는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때문에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폭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대상을 압축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수출주 중에서도 실적이 괜찮은 종목은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클 때는 단순히 환율 변수만 따질 게 아니라 업황 실적개선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실제 이달 외국인은 SK하이닉스(691억원)를 한국전력 다음으로 많이 사들였고, ‘깜짝 실적’을 내놓은 넥센타이어에 대해서도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