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되는 75만명, 2013년에 기초노령연금 왜 안 받았나

기초연금 3대 의문점

(1) "은닉 재산 드러날까 두려워서"…"거주 불명자 많아서" 說 분분

(2) 정부 소득자료 정확한가…"수급기준, 하위 70% 장담 못해"

(3) '소득하위' 70% 규정 왜 없나…정부 "하위 개념은 중요치 않아"
기초연금 지급기준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소득하위 70%가 아니라 77%를 기준으로 정해졌다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나간 뒤 기초노령연금 수급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 기준의 적정성 등을 놓고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5월9일자 A1면 참조정부 기준에 따라 연금을 탈 수 있는 자격을 갖췄으면서도 수령을 포기한 사람이 무려 75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평균 9만원대의 연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75만명은 어디로 갔나

지난해 기초노령연금을 받아간 만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625만986명)의 64.7%인 404만5000명이었다. 정책목표였던 노인의 70%(437만7500명)에 못 미쳤다.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수급기준선이 소득하위 76.7%였는데도 그랬다. 소득하위 0~76.7% 구간의 노인 인구가 479만45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5만명가량이 연금을 타지 않은 셈이다.다각도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충분치는 않다. 기초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은 본인의 신청을 받아 지급된다. 수급대상이라도 제도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신청을 하지 않으면(못하면) 받을 수가 없다.

정부는 또 연금을 받는 과정에서 본인의 소득·재산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러 신청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유주헌 보건복지부 기초노령연금과장은 “연금을 신청했다가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은 재산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거주불명 노인도 2012년 6월 기준 7만8642명이나 된다. 이 중 연금을 받는 노인은 0.23%인 186명(2012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미수령자 75만명은 너무 많은 숫자라는 지적이다.○소득인정액 믿을만한가

기초(노령)연금 수급 가능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을 환산한 액수)이다. 문제는 이 소득인정액으로 전체 노인을 일렬로 세워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소득인정액 기준 용역연구를 진행하는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건강보험 자료 등을 분석해 최대한 정교하게 추계하고 있지만 기초연금 수급기준인 단독가구 월 87만원이 정확히 소득하위 70%대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월 소득인정액 87만원이 실제로는 정부가 추산한 소득 하위 70%의 소득인정액보다 낮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미수급자 75만명 중 일부는 신청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예 수급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소득인정액이라는 개념은 공적연금의 역사가 짧은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지책”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다른 소득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65% 기준으로 예산 짜는 정부

기초노령연금법에는 ‘소득하위 70% 이하 노인’에게 주도록 명시돼 있지 않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득인정액 이하 노인에게 주되 ‘노인의 70% 수준’에 주도록 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 하위 70%에 준다고 규정해 놓을 경우 수급률을 감안하면 전체 노인 70%에 연금을 준다는 정책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노인 중 70%만 받으면 되는 것이지 반드시 소득하위 70%일 필요는 없고,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전체 노인 중 70% 수준에 준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힘썼는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예산을 정책목표인 70%가 아닌 실제 수급률 65% 부근에서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책정해왔다. 예산을 책정할 때부터 70%를 목표로 하지 않았던 셈이다.

해외 年60일 이상 머무는 복수국적 노인은 못받아
정부, 기초연금 지급 기준

한국에 살지 않는 복수국적 노인은 앞으로 기초연금을 받기 힘들어진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외국에 1년에 60일 이상 머무는 만 65세 이상 복수 국적 노인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전까지 180일 이상 국외 체류할 경우에만 기초노령연금을 주지 않았던 것에서 기준 체류기간을 단축, 지급 조건을 강화한 것이다.소득 상위 30% 노인은 세금을 많이 내고도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데 큰 조세부담을 지지 않은 복수국적 노인이 받는 불합리한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유주헌 복지부 기초노령연금과장은 “앞으로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복수국적 노인은 사실상 기초연금을 받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법무부와 협의해 출입국 기록자료를 확보, 노인의 국외체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뒤 장기 국외체류 복수국적 노인을 가려낼 예정이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