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꽃길·황톳길…5월, 신록을 걷다

이팝나무 흩날리는 밀양·허브향 가득한 포천·83개국 정원이 모인 순천·맨발로 걷는 계족산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밀양 위양지.
밀양 위양지-신선의 풍류가 깃들다

자연의 멋들어진 풍광이 잔잔한 수면 위에 깃든 경남 밀양 삼문동위양지. 그 절경을 담으려는 사진가들의 발걸음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위양지에는 5개의 작은 섬이 있는데 가운데 섬에는 안동 권씨 후손들이 세운 완재정이 초록에 둘러싸여 한국적 운치를 자아낸다. 당장에라도 선비들이 시조를읊으며 조용히 봄의 풍류를 즐길 것만 같은 광경이다. 특히 이팝나무가 필 때 위양지의 풍경은 밀양팔경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인 모습이 쌀밥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피는 5월이 되면 위양지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한다.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완재정과 그 뒤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 하얀 이팝나무가 물에 비친 모습이가히 신선의 영역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수채화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밀양시 문화관광과 (055)359-5641포천 허브아일랜드-유럽풍 허브나라

아이들과 신록을 체험하기 좋은 경기 포천 신북면 삼정리‘허브아일랜드’(herbisland.co.kr)의 가장 큰 특징은 허브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형형색색의 꽃들이 지천에 피어나고, 달콤한 허브 향이 코를 감미롭게 파고드는 5월은 허브아일랜드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내부를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독일 등 유럽풍 분위기로 꾸민이곳은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에 달한다. 프랑스 농가를 재현한 ‘엉쁘띠빌라쥬’의 체험공방에서는 허브로 인형, 비누, 향초, 화장품 등을 직접 만들 수 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마을에서는 하절기에 미니 곤돌라를 타고 물길을 도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식당, 펜션까지 갖춰 한 번에 다양한 즐거움과 휴식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031)535-6494
각 나라의 정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 순천만정원.
순천만정원-세계의 정원을 한곳에서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후 새로이 단장해 지난달 20일 개장한 전남 순천 풍덕동의 ‘순천만정원’(scgardens.or.kr)은 보름 만에 방문객 4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큰 정원으로 만든 순천만정원은 짙은 녹음과 화려하게 피어난 꽃으로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순천만정원에는 태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중국 등 83개에 이르는 국내외 정원이 다양하게 조성돼 있다. 한국정원 뒷길에는 편백림과 숲길 등이 이어지는데 전형적인 한국의 옛 정원 모습을 느끼면서 호젓하게 산책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순천만정원 상공을 가로지르는 무인궤도열차 ‘스카이큐브’를 타면 가만히 앉아 순천만정원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1577-2013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을 아이들이 맨발로 걷고 있다.
계족산 황톳길-맨발로 터벅터벅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다 해서 이름 붙여진 대전 대덕구 장동의계족산에는 14.5㎞ 길이의 황톳길이 조성돼 있다. 처음 방문한 이들은 당황할지도 모른다. 신발을 신은 사람이 어색할 정도로 대부분의 등산객이 맨발로 다니기 때문이다. 황톳길은 대전의 주조업체 맥키스(옛 선양)의 조웅래 회장이 2006년 만들면서 시작됐다.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았던 조 회장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 주고 맨발로 걸었다. 그날 밤 하체가 따뜻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조 회장은 맨발걷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황톳길을 조성하게 됐다. 작은 배려가 많은 등산객에게 사랑받는 길을 낳은 셈이다. 매년 질 좋은 황토를 깔아 정비하는 만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황톳길은 험하지 않고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누구나 거뜬하게 다녀올 수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