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다가온 식품·철 지난 의류·흠집 난 과일…90% 싸게…유통가 '떨이 전쟁'

불황에 알뜰쇼핑족 몰려…온라인 '땡처리몰'도 인기
롯데백화점은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100여개 여성복 브랜드의 원피스를 정상가격보다 50~70% 할인 판매한다. 매년 진행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취급 물량을 작년보다 20% 늘렸다. 예년보다 더위가 일찍 시작되고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가 위축된 탓에 대표적 봄 의류인 원피스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요즘 유통 현장에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이나 철 지난 의류 등 제때 팔리지 않은 상품을 대폭 할인하는 ‘떨이 마케팅’이 한창이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과거보다 할인폭과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현대백화점은 작년 봄엔 열지 않았던 란제리 할인 행사를 벌인다. 16~18일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천호점 등 3개 점포에서 비너스 속옷을 최대 80%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속옷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해 할인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재고 및 이월상품을 30~70% 싸게 파는 ‘파격가 처분 매장’에서 취급하는 물량을 작년보다 70%가량 늘렸다. 진열대 위치도 무빙워크 주변 등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옮기고, 진열대 폭도 점포별로 평균 3m에서 5m로 확대했다.
떨이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도 성업 중이다. ‘떠리몰(www.thirtymall.com)’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최대 90% 할인 판매한다. 12일 떠리몰 홈페이지에서는 유통기한이 6월11일인 ‘콜락 화이트 초콜릿 소스’(1000mL)를 정상가격에서 89% 할인한 1900원에 판매했다. 정상가격이 1만원인 ‘페레로로쉐’ 초콜릿(50g)은 51% 할인된 4900원에 나왔다. 윤상천 떠리몰 팀장은 “지난해 5월 출범해 회원 수가 3만4000명으로 늘었다”며 “매달 매출이 전달보다 7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임박몰(imbak.co.kr)’은 이름 그대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판매해 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유통 과정에서 흠집이 난 과일을 ‘못난이 과채류’라는 별도 상품군으로 묶어 정상가격의 절반 정도에 팔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못난이 과채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 3월부터 유통기한이 임박한 스낵 음료 등 100여개 상품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 ‘굿바이 세일’을 벌이고 있다. 굿바이 세일 실시 이후 식품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소비 침체로 인한 유통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떨이 마케팅이 확산되는 배경이다. 롯데쇼핑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줄었다. 롯데쇼핑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제조업체들 역시 재고를 헐값에라도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손실을 줄이고 신상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서정욱 롯데마트 고객만족팀장은 “알뜰 소비 경향이 커지면서 할인 행사를 이용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파격가 처분 매장의 매출이 작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