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직격탄' 맞은 생보업계] 2013년 역마진 3조6000억…성장·수익성 모두 '잿빛'

생보사 경영 어떻길래

자기자본이익률 4.1%로 급락
'빅3' 등 대규모 구조조정
생명보험사들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저금리 구조의 고착화로 역마진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생보사들은 2000년대 초반 연 6.5%의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보험을 경쟁적으로 팔았다. 만기가 될 때까지 이 금리를 보장한다는 조건이었다. 당시엔 괜찮았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했다. 저금리 구조가 정착되면서 이만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생보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은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5.88%에서 2013회계연도엔 4.61%까지 떨어졌다. 생보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국고채와 특수채, 금융채 등의 금리가 낮아져서다. 하지만 고금리 저축성보험 만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20년 이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산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게 어려워졌다.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역마진 규모는 2012년 2조5000억원에 달했다. 2013년엔 3조6000억원으로 훨씬 더 커졌다. 시간이 갈수록 역마진 규모가 줄어들기는커녕 확대되다보니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시장의 성장세도 주춤해졌다.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는 2013회계연도 77조8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2% 줄었다.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줄어든 건 2008회계연도 이후 처음이다.신규 판매액을 의미하는 초회보험료는 2013회계연도 10조1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10조8740억원)가량 급감했다. 순이익 역시 9.3% 줄었다. 효율적인 영업활동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1회계연도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2010회계연도 12.3%를 기록한 생보사들의 ROE는 2013회계연도에는 4.1%까지 주저앉았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명보험업계는 장기적인 인구구조 변화 등에 직면해 있지만 성장을 주도할 만한 종목이나 동기가 없어 생보사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리 경비 절감과 조직 축소로 인력·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발빠른 생보사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교보생명은 오는 7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교보생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건 2002년 이후 12년 만이다. 삼성생명은 자회사와 계열사 이동 등으로 전체 직원의 15%가량인 1000명의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달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300명의 인력 감축을 마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