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직격탄' 맞은 생보업계] 위기의 生保, 은행·자산운용사 M&A 등 '이종결합'으로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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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포트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이 분주해졌다.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과 함께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생보사들의 신성장동력은 업종 다각화와 주력 상품 및 판매 채널 전환으로 요약된다. 자산운용업이나 은행업으로 진출하는 한편 상품 구조와 판매 채널을 원점에서 뜯어고친다는 전략이다.
성장 정체·저금리 '쓰나미'…보장성 상품 강화
삼성-운용사 물색, 교보-우리銀 인수 추진
설계사 줄이고 온라인·쇼핑몰 판매 다변화
저금리 구조의 고착화로 역마진 확대와 수익성 하락에 직면한 상황이라 변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이업종 결합에서 돌파구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은 해외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기로 하고 대상을 물색 중이다. 부동산투자 전문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해외 자산운용사의 역량을 결합할 경우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계획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국내 생보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더 이상 신규 가입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 해외 진출을 통해 성장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장기상품인 보험으로는 만만치 않다. 그래서 삼성생명이 선택한 분야가 자산운용업이다.안철경 보험연구원 부원장은 “주식이나 채권 운용, 대체투자를 통해 거둔 수익을 가입자들에게 나눠주는 변액보험 등 보험사의 투자형 상품은 자산운용업과 거의 비슷하다”며 “거액 자산가와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자산운용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생보사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장기상품을 다루는 생보사가 비교적 단기상품을 운용하는 은행을 인수하면 장단기 상품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어 운용 제약이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과 업무 공조를 통해 신탁업 등 자산운용 확대와 기업금융 활성화 등 새로운 수익원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교보생명의 계획이다.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생보업계 2위 한화생명은 업무과정 혁신(PI·Process Innovatio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PI추진팀을 만들어 상품 구조, 판매 채널, 업무 방식 등 전 부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상품과 영업 방식으로 생존해야 할지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핵심은 상품 구조 개선이다.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자 시장이 커질 전망이어서 이들을 위한 종신·질병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다양화하고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달 1000여명의 인력 감축을 발표한 삼성생명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서도 이달 초 외국계 생보사에서 상품개발 인력을 영입했다. 대형사뿐만 아니다. 동양생명, 하나생명, 에이스생명 등 외국계·중소형사도 올 들어 보장성보험을 앞다퉈 출시했다.2000년대 초중반 생보사 간 영업 경쟁으로 연 6.5% 이상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이 대거 팔렸다. 저축성보험 판매는 생보사가 순식간에 외형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 못 갔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보험 가입자들이 맡긴 돈에 줘야 할 금리가 보험사들이 운용해 올리는 수익보다 높은 금리 역마진 상태가 됐다. 생보사들이 종신·치명적 질병(CI)보험이나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 개발과 판매 비중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사라지는 ‘보험 아줌마’
현대라이프는 이달 초부터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보험상품을 팔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자판기에 이어 인터넷 쇼핑몰까지 판매 채널을 넓혔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만들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전용 자회사 라이프플래닛을 세웠다.
생보사는 전통적으로 ‘보험 아줌마’로 불리는 설계사를 통해 상품을 팔았다. 2007년만 해도 50%에 육박했던 전속 설계사를 통한 신규 판매 비중은 지난 2월 말 18%로 떨어졌다. 지난해 2월 15만4817명이던 전속 설계사 수도 올 2월 말 14만1601명으로 1만3000명 이상 줄었다. 알리안츠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 등 중소형사는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일부 설계사 지점을 통폐합했다.전속 설계사 자리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와 GA, 온라인 채널이 빠르게 대신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