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책연구소까지 왜들 이러시나

보건사회연구원이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의 도래와 연금제도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은퇴 연령을 70~74세로 상향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게 연금문제의 해법이라는 건지 엉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연금제도가 파탄난다고 경고해도 시원찮을 판에 마치 은퇴연령을 높이기만 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으니 그렇다.

보고서가 내세우는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 사례를 예로 들며 이들 국가가 가입기간 조건 강화, 급여수준 인하 등 개혁조치에 실패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즉 개혁조치는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연금수급 기간이 약 15년 미뤄지도록 조정하자는 얘기다. 결국 은퇴연령을 높이자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하지만 은퇴연령이 무슨 고무줄처럼 늘린다고 바로 늘려지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설령 은퇴연령을 높여서 해결될 문제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고령화가 더 진전되면 그때는 은퇴연령을 아예 100세로 하자고 주장할 것 아닌가.국책연구소가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얼마 전 조세재정연구원은 ‘기업특성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중견기업 실효세율이 대기업보다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무조정, 중견기업 범위, 대기업의 높은 해외영업 비중 등 숱한 변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결과였다.

국책연구소가 이러니 민간연구소도 황당한 주장을 서슴없이 내놓는 상황이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연구개발 조세지원 혜택이 대기업에 편중됐다고 주장한 것이 그 사례다.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투자를 안 해 벌어진 결과마저 마치 대기업이 세금 특혜나 받는 것처럼 돌린 것이다.
이런 식이면 대기업은 아예 연구개발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성이 생명인 연구소가 부처나 특정 이익집단의 대변자 노릇이나 하면 누가 그런 연구를 신뢰하려 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