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중독' 주연 송승헌 "연기 18년 첫 불륜 주인공…베드신 부담 너무 컸어요"

송승헌(38·사진)은 방송 드라마 ‘가을동화’(2000년)와 ‘여름향기’(2003년)에서 부드러운 로맨티스트로 아시아 팬들을 사로잡으며 이병헌 장동건 원빈 등과 함께 ‘4대 한류 천황’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14일 개봉한 멜로 영화 ‘인간중독’에서 그는 18년 연기생활 최초로 불륜의 주인공으로 베드신을 보여준다. 월남전을 배경으로 부하의 아내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을 버리는 장군 김진평 역을 해낸 것.

‘음란서생’ ‘방자전’ 등에서 은밀한 욕정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던 김대우 감독이 이번에는 파격적인 러브스토리를 천박하지 않고 품격 있게 풀어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송승헌을 만났다.“리안 감독의 ‘색, 계’와 비교할 수 있는 파격 멜로예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짠하더라. 그 남자의 사랑이 안타깝고 슬프더라’고 얘기합니다. 제 노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요. 오히려 여자보다 남자 팬들의 감정이입이 더 크고 반응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냄새가 나네’란 평가를 듣는다면 ‘대박’보다 더 즐거울 겁니다.”

처음에는 베드신 부담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멋지게 나이 드는 배우가 되기로 마음을 먹으니까 여유가 생겨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김진평 역으로 송승헌의 굴레를 벗어난 듯싶습니다. 순애보적인 사랑의 주인공, 바른 청년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그걸 깨기 쉽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속으로는 다양한 캐릭터를 갈망했어요. 유부녀에게 빠지는 유부남은 박수칠 수 없는 인물이지만 관객들이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합니다. 그런 점에서 멜로의 주인공으로 성공한 셈이죠.”영화는 1969년 달착륙으로 인류가 도약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개인적인 불륜의 사랑을 대비시킨다. 송승헌이 빠져드는 종가흔 역 임지연(24)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신예지만 객석의 눈길을 장악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임지연은 화면 밖에선 20대 중반의 어린애 같은 여자예요. 하지만 화면에서는 굉장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청순하면서도 도발적이죠. 신비하기조차 합니다. 감독과 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기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그게 적중했어요.”

그는 한류는 거품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한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