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인터뷰①김용훈] 매주 꽃시장 찾아…피사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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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이정진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저는 매주 꽃을 찍어 사진으로 남깁니다.”‘꽃 시리즈(The portrait of Flower)’로 유명한 사진작가 김용훈(43)은 매주 수요일이나 금요일 마다 사진용 꽃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고속터미널 꽃 시장을 찾는다.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오랜 시간 꽃 시장을 누비다 보니 상인들은 그를 꽃 도매상으로 착각하고 있을 정도다.
꽃시장 누비다가 도매상인으로 오해받기도
김 작가는 “상상이 가능한 그림과 달리 실물을 촬영하는 사진을 위해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 가운데 하나인 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촬영을 위한 꽃이 선정되면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그는 꽃잎 마다 다른 미묘한 색상 차이와 질감을 살리기 위해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컴퓨터를 이용해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날 정도다. 하지만 그는 꽃이 가진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꽃 사진에 전혀 그래픽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대신 김 작가는 필름 카메라와 조명을 활용한 ‘후광효과’를 사진에 적용한다. 성인들의 초상화 등에서 적용되는 ‘후광효과’가 꽃 사진에 사용되면서 꽃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꽃이 가진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역광과 순광을 적절히 사용한다"며 “최대 4개 정도의 조명 장치를 꽃 주변에 배치해 활용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꽃병을 수집해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아름다운 꽃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꽃병을 수집하고 있다”며 “사람에게 옷이 날개란 말이 있듯이 꽃병이 꽃의 아름다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보고, 느끼고, 이해하라”
김 작가는 사진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진 작가의 작품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음악과 같다고 보면 된다”면서 “같은 악보를 연주하는 연주자의 음악이 각기 다른 느낌을 주듯이 똑같은 피사체를 찍는 작가의 작품도 다른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작가의 해석력에 따라 다른 느낌을 가진다는 것이다.때문에 김 작가는 “사진 작품에 내포된 메시지를 읽어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품을 평소에 많이 접하고 작가가 어떤 해석을 통해 작품으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진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미학적인 요소나 카메라 신기술에 의지한 이미지에 집중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암호처럼 녹아있는 작가의 의도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시나브로 깊어진 안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작가는 한 공간에 작품 한 점 걸기라는 ‘원룸 원포토’(oneroomonephoto.com) 문화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원룸 원포토'는 사무실, 학교, 식당 어느 곳이든 한 공간에 한 작품을 걸어 예술작품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즐거움을 나누자는 취지의 보급 캠페인으로 김용훈을 비롯한 구성연, 임안나 등 유명 작가들이 참여 중이다.
한경닷컴 이정진 기자 ucjt5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