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덮은 고척돔구장 '애물단지'서 '보물단지'로?…"넥센 이전"

“내년엔 프로야구 관람이 약간 힘들어지겠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인 서울 목동야구장[위 이미지]에서 프로야구 구단 넥센 히어로즈가 홈경기를 치를 때 가끔 응원 가던 딸이 오늘 2014년 5월 15일 아침 이런 혼잣말을 했습니다.이는 한국경제가 이날 1면 사이트 톱으로 단독 보도한 기사에서 비롯하고요. [PDF 캡처]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를 인용한 이 보도는 넥센 히어로즈가 내년 2015년 시즌부터 홈구장을 양천구 소재 목동야구장에서 이해 2월 국내 최초로 완공하는 구로구 소재 ‘고척돔구장’으로 옮긴다는 게 알맹이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넥센구단과 이 같은 내용에 최근 합의했으며 9월쯤 정식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이 경우 딸이 넥센 경기를 관람하려면 현재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 (목동야구장과 고척돔구장은 한강 지천인 안양천을 따라서 조성된 ‘뚝방길’로 연결돼 있음)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혼잣말처럼 자주 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아무튼 이 내용이 확정될 경우 고척돔구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천후로 야구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고 해서 당초에 붙은 별칭 ‘뚜껑 덮은 보물단지’로 거듭날 전망입니다.

사실 고척돔구장은 그동안 이런 기대와 달리 우여곡절을 겪으며 ‘뚜껑 덮은 애물단지’로 불려온 실정입니다. 최초 계획과 설계 건설 차후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해진 것 없이 끊임없이 ‘움직여’ 왔다는 얘긴데요.이 돔구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09년 2월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을 철거하는 대신 관중석 1만석 규모의 하프돔구장으로 설계해 공사에 들어갔지요. 이 때 사업비 규모는 1213억원.

그 해 우리나라 야구 국가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WBC)에서 선전을 거듭하자 비가 올 때도 야구를 할 수 있는 돔구장 건설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에 전격적으로 지붕을 덮은 돔구장으로 건설 (관중석 2만2258석 규모)키로 결정했지요. 당시 예산도 800억원을 증액했습니다. 구장의 완공시기도 2013년 12월로 잡았고요.그러나 '계획'은 서울시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완공 시기는 2014년 4월, 2015년 2월로 자꾸 늦어졌습니다. 사업비가 계속 늘어난 게 큰 이유로 지적됩니다.

주변 교통대책 수립과 보행자 전용도로 공사 등이 추가된 것입니다. 서울시가 이 구장에 들이는 돈은 25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추정입니다.

고척돔구장이 그동안 애물단지로 불렸던 이유는 건설과정의 어려움은 물론 완공 후 운영방안도 한 몫 했습니다. 서울을 연고로 한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3개 구단 모두가 이 곳 입장 (入場)에 손사래를 친 겁니다.

구장 근처의 주도로인 경인로의 교통난이 현재도 보통 심각한 게 아닌데다 지붕을 덮은 돔구장이라 연간 운영비도 만만찮은(80억원~100억원대 추산) 게 이유로 제시됐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가장 유력 후보로 불리던 넥센 히어로스가 ‘제2 창단’을 목표로 이번에 마침내 이전 결정을 내려 고척돔구장은 ‘뚜껑 덮은 애물단지’란 허물을 벗어 던질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해 9월 400억여원을 추가로 투입해 경기장 좌석을 비롯한 시설 개선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버금가는 구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 넥센이전 결심의 배경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세계 최초의 돔구장은 1965년 4월 12일 완성된 미국 MLB(메이저리그야구)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인 애스트로돔 (공식 이름= 해리스 카운티돔, 수용인원 5만4000명)이지요.

한편, 고척돔구장의 완공과 넥센 히이로즈의 입점은 비교적 낙후된 평가를 받는 이 주변 지역을 급속하게 바꾸어놓을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고척돔구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폐쇄시설 ‘영등포교도소 구치소’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서입니다.서울시는 이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그 자리에 대형 쇼핑센터와 아파트, 공원조성 같은 복합단지를 세우고 구로세무서가 입주하는 구로 제2행정타운 조성을 추진 중 입니다.[이미지=스마트폰 촬영]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