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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의 진실
김태흥 지음 / 올림 / 232쪽 / 1만3000원
국내 항공기 일등석에서 여승무원이 탑승객으로부터 얼굴을 맞고 광대뼈가 골절돼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그녀가 티켓을 보여달라고 하자 승객이 건방지다며 주먹을 날린 것. 여승무원은 고발은커녕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 승객은 일등석을 자주 이용하는 VIP여서 항공사 측이 만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폭행을 당하고도 참아야 하는 것이 감정노동자의 현실이다.

《감정노동의 진실》은 웃음과 친절조차 자본의 도구가 돼 버린 현대 소비사회를 진단하고 감정노동의 본질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감정노동을 극심한 서열주의 사회의 산물로 해석한다. 보다 높은 서열을 차지하려는 다툼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본능적 심리가 지배한다는 얘기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행복 물질인 세로토닌이 많이 발견되고, 낮은 직급의 사람들에게서 스트레스 물질인 코르티솔이 높게 나타난다. 여성접대부가 호스트바에 가서 남자접대부를 상대로 노예 게임을 벌이고, VIP 고객이 기내에서 추태를 보이는 심리의 저변에도 서열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에서 감정노동 문제는 단순한 힐링 요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감정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격적 권리인 ‘감정노동 방어권’을 허락하고 기업과 사회, 국가가 힘을 합쳐 문제 해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감정노동 교육을 통해 인식을 전환하고 전문가도 양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