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관계사 70곳…41개 금융사서 3700억 부당대출 의혹

세월호 참사 한달 - 금감원 '청해진' 관련 금융 검사

신도가 세운 신협 통해 부당자금 지원 등 드러나
분식회계·불법 외화유출·자금유용 '비리 종합세트'
금수원 지시로 구원파 수련회 행사비까지 제공
‘신용협동조합의 사금고화, 불법 외화 유출, 분식회계, 대출 자금 불법 유용, 관계사 간 부당 자금 지원….’

금융감독원의 ‘중앙수사부로’로 불리는 기획검사국 등이 지난달 말부터 156명의 대규모 검사역을 투입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인 결과다. ‘금융비리 종합세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협’ 자금줄 의혹 사실로

금감원 특검 결과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 차남 혁기씨 등 일가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이 세운 일부 신협을 자금줄로 활용했다. 신협은 계(契)처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조합을 만든 뒤 이 돈을 굴려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따라서 내부통제가 다른 금융회사보다 허술하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이 점을 노렸다.

유 전 회장 일가 4명은 특별한 이유 없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구원파 신도들이 세운 신협 한 곳으로부터 66억원을 송금받았다. 권순찬 금감원 기획검사국장은 “정기적 송금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송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10여곳의 신협을 낀 관계사 간 부당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은 2007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협 대출을 통해 총 727억원을 마련, 다른 관계사에 514억원을 지원했다. 일부 조합원은 신협에서 300만~500만원을 신용대출받아 건강식품 구매 명목으로 다시 소속 교회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신협은 관계사인 하니파워에 연체 중인 은행대출(8억2800만원)을 낮은 금리로 대환해주고 연체이자 3000만원을 감면해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심지어 관계사인 금수원의 지시로 매년 구원파 신도의 여름수련회 행사비까지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 전 회장의 사진 4장을 1100만원, 사진캘린더 12개를 240만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3300만달러 불법 외화 유출 혐의 포착불법으로 외화를 빼돌리고 외국환거래법을 수시로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 유 전 회장 일가는 해외 현지 법인의 투자 지분을 제3자에 공짜로 넘기거나 헐값으로 처분해 760만달러가량의 투자 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천해지 등 관계사는 유 전 회장의 사진 매입 및 저작권료 명목으로 해외 현지 법인에 2570만달러를 송금한 사실도 적발됐다.

유 전 회장 일가는 해외 현지 법인 자회사 설립 및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16건의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위반 액수는 1000만달러가 넘는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을 은폐하거나 자산 가격을 부풀리는 등의 분식회계 혐의도 적발됐다. 유 전 회장에게 급여, 컨설팅 비용, 고문료 등을 과다 지급하거나 재고자산을 과대 평가하는 식이었다. 관계사 종업원을 동원한 자금 조성 혐의도 포착됐다.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유 전 회장 일가 및 관계사 등에 내준 대출이 부실 투성이인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회사들은 자금 용도 심사를 생략하고 대출 자금을 용도와 달리 유용했음에도 이를 알지 못했다.

청해진해운 관계사와 관계인이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은 모두 3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사 70곳 가운데 여신이 있는 46곳의 빚은 33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은행(13곳)에서 전체 여신액의 83.9%인 2822억원을 빌렸다. 신협 등 상호금융(10곳), 여신전문회사(8곳), 보험사(3곳) 등 모두 41개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차입했다. 청해진해운의 관계인(186명) 중 여신이 있는 90명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금액은 382억원이었다.

권 국장은 “이번 검사에서 적발된 금융사 및 임직원의 부당 행위에 대해 강력히 제재하고 부당 대출금은 회수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박종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