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환보유액으로 국부펀드 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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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9
"원高·엔低 부르는 글로벌 경제환경원화가치 상승 즉, 원화의 평가절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양상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질문은 “원화가 정말로 비싼 것인가”가 아니라 “원화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가”라는 것이다.
달러유입 막아 절상 속도 늦추고
기업 경쟁력 강화에 힘 모아야"
임형록 < 한양대 경제학 교수 hryim@hanyang.ac.kr >
적어도 원화 환율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일본의 상황부터 고려해야 한다. 원화의 대(對)달러환율이 결정되기 전에 엔화와 달러 간 환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기존에 운용했던 통화정책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엔화를 발권해 인플레이션을 꾀하는 정책이어서 엔화 약세는 필연적인 인과율로 인정해야만 한다. 엔화 살포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니만큼 엔화 약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다.하지만 이는 미국의 입장과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즉, 엔화 약세는 곧 달러화의 강세를 의미한다. 핵심은 과연 미국이 어느 선까지 달러 강세를 용인할 것인지인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미국은 제조업의 부활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후 소득증대의 외길 수순으로 가고 있는 만큼 미국은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
한편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과 함께 그림자 금융의 처리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그림자 금융을 축소하기 위해 리커창 총리가 꺼내든 패가 위안화 절하 정책이다. 즉, 환차손을 유발시켜 중국으로 유입되는 달러자금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유로존은 여전히 경기부진에 허덕이는 상태다. 유로화가 강세화되기는 힘들고 유로존 회원국 스스로도 유로화의 강세를 반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모두 자국 통화의 강세 전환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신흥국들은 금리인상 후 통화가치 상승 쪽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신흥국 중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은 자국 통화가치 상승 드라이브가 걸리기 가장 좋은 국가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고려할 선택지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연말까지 아베노믹스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가용 가능한 외환보유액과 함께 한은이 지향하는 균형 환율 수준을 내부화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전략이 요구된다. 다음달 이후 글로벌 경제에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화두가 던져질 때 ‘요란하지 않은 시장 접근책’을 쓰는 게 유리할 것이다. 둘째,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다소 안정되는 상황이므로 중소기업용 환헤징 프로그램에 대한 로드맵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대기업들이 자구책 및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특히 원고 추세가 강할수록 대기업들의 국내 송금이 비례적으로 늘어 원화절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넷째, 한은은 미국의 테이퍼링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확대해야 하는 유인을 갖고 있다. 이는 통화안정증권 발행이라는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그 비용을 이자 지출로 귀결시키기보다는 외환보유액을 재원으로 하는 국부펀드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자금을 축소시켜 원화의 평가절상 요인을 약화시키고, 자원외교에 필요한 종잣돈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올해는 특히 일본 기업의 도전을 주시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低)와 원고(高)란 날개를 단 셈이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환율이 달러당 70엔 이하로 하락하는 잔혹한 경영환경에서도 체질개선을 해낸 경험도 있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의 입장이 서서히 뒤바뀌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임형록 < 한양대 경제학 교수 hryim@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