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당근만이 의욕 끌어낸다고? 채찍이 약 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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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동기과학센터가 밝힌 인간 성향의 비밀“자네는 그 일을 할 능력이 안 되니 담당자를 바꿔야겠네.”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토리 히긴스 지음 / 강유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92쪽 / 1만6000원
상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팀원을 상상해보라.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상사와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는 어떻게 팀원을 설득해야 할까. 이런 상황은 조직 생활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어떻게 상대방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는 상대방은 물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다룬다.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측면이 두드러지는 심리학 저서다. 컬럼비아대 동기과학센터를 운영하는 저자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과 토리 히긴스는 지난 20년간 동기부여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보통의 자기계발서가 주장하듯 “긍정적인 태도가 성공을 부른다”는 말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을 ‘성취지향(promotion focus)’과 ‘안정지향(prevention focus)’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성취지향형은 낙관론과 칭찬에 잘 반응하고, 모험에 뛰어들거나 기회를 붙잡을 가능성이 높으며 창의성과 혁신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안정지향형은 칭찬보다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을 경우에 돌아오는 비판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안정지향형은 현 상태를 유지하길 원하기 때문에 모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지만, 업무 결과는 빈틈없이 정확하며 주도면밀하다.
실제로 사람들은 성취지향과 안정지향이라는 양 극단에 놓여 있기보다는 두 성향 사이의 어느 지점에 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효과적인 동기 부여를 위해서라면 자신이든, 타인이든 그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 성향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나면 누구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과 타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이 책의 가치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모든 사람이 칭찬이나 낙관론, 인센티브에 반응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 데 있다. 이런 새로운 관점을 통해 우리는 동기부여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성취지향형에게는 어떤 일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에 대해 강조하고, 안정지향형에게는 어떤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법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자신의 성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온 사실도 깨닫게 된다. 상대의 성향을 간파하는 단서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선택할 독자들은 타인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면 좋을 것이다. 어떤 지시나 조언, 격려를 할 때 그것이 듣는 사람의 성향에 적합한 언어로 표현된다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안정지향형으로 성향의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성향의 차이에 따라 선호하는 직종과 스포츠에도 차이가 있다. 성취지향형은 일 처리 속도가 빠르고,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안정지향형은 준비성이 뛰어나고 알려진 일 처리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일상의 행동 방식, 가치관, 말투 등이 모두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그렇다면 성향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상대의 성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의 성향을 바꾸는 9가지 팁’처럼 구체적인 방법을 여러 가지 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상대를 설득하고 강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키워드는 ‘동기 적합성(motivational fit)’이다. 상대방의 성향에 메시지나 경험을 맞추면 상대방은 그게 옳다고 느낄 것이며, 이에 따라 더 쉽게 설득될 것이다. 동기 적합성을 느끼면 사람은 무엇이든 의욕을 갖고 실천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동기부여에 관한 책들이 ‘동기적합성=물질적 보상’이라는 등식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저자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더 큰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성취지향이 강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연 메시지라면 “담배 피우지 마세요.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세요”와 같은 성취지향 메시지와 획득 프레임이 결합될 때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반대로 “담배 피우지 마세요. 짜증스러운 사람이 되지 마세요”처럼 안정지향 메시지와 획득 프레임이 더해진 때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자신과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동기를 부여해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데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 특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효과적인 동기부여 방법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를 제공하는 책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