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개성공단서 아픔 극복 희망 봤다"

북측 인사 접촉·메시지 없어
교황 방북 가능성도 부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경기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경기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개성까지 60㎞ 남짓한 거리입니다. 이 짧은 거리를 얼마나 멀게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화합하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이런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와 이같이 말했다. 추기경이 방북하기는 처음이다. 염 추기경은 이날 오전 8시30분 경기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가 여덟 시간가량 머물다 돌아왔다. 염 추기경은 CIQ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선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며 진실로 노력한다면 평화가 정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이날 방북에는 평양 출신인 황인국 몬시뇰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정세덕 신부,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 등 7명이 동행했다.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에 도착해 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로부터 공단 운영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듣고 수자원공사와 입주기업, 부속병원 등을 둘러봤다. 또 개성공단 내 신자공동체와 어려운 상황에서 애쓰고 있는 공단 관계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격려했다.

염 추기경은 또 재가동 이후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고충을 들은 뒤 “남북 당국자들이 하루빨리 다시 만나 현안을 협의해 한반도 평화가 증진되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고 허 신부는 전했다.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염 추기경의 방북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근로자들로 구성된 천주교 신자공동체(로사리오)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허 신부는 “염 추기경은 지난해 남북 갈등이 깊어지고 개성공단이 폐쇄된 상황을 보며 한반도 평화를 많이 걱정했으며,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면 방문하기로 신자공동체와 약속했다”고 설명했다.허 신부는 “오늘 방문은 (오는 8월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과 무관하다”며 “북측 인사와의 접촉이나 전달받은 메시지도 없었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교황 방북 가능성을 부인했다.

허 신부는 “이번 방북은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현지에서 남북 사이의 화해와 일치, 더 나아가 평화로운 통일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 모두 소망하는 평화통일은 개성공단 활성화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