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인적쇄신 시동] "국민 신뢰 잃은 공직자 계속 쓸 수 없다"…'내각 개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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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안보실장 '안보라인 투톱' 경질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안보라인 투톱’으로 불리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대대적 인사 쇄신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이 남 원장과 김 실장에 대해 절대적 신임을 보내왔던 사실을 감안할 때 청와대와 내각 내 대부분의 인사가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낙마한 김장수 실장
세월호 참사 책임회피 논란 속 "국민에 상처 줬다" 판단한 듯
증거조작 휘말린 남재준
교체 미루단 여론 악화 우려…朴정부 안보정책 변화 주목
◆책임회피 논란이 결정적 원인김 실장의 낙마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발언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가 초동대처를 잘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반박했는데, 이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국정 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청와대가 사고 책임을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등 부처로 미룬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공직자를 계속 쓸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며 “앞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공직자가 나올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것을 실천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이런 일(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재발할 시에는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장관과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국회의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 분과 간사 등을 역임한 김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안보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3개월 동안 퇴근하지 않고 청와대 인근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상황을 관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안보실장을 교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남 원장, 증거 조작 파문이 결정타
남 원장의 사임은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휘말린 결과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남 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의 신뢰가 유지됐지만, 증거 조작 파문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천호 전 2차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남 원장을 교체하지 않을 경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증거 조작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남 원장을 그대로 안고 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남 원장이 지나치게 강성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박 대통령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여권 일각에서는 김 실장과 남 원장이 동시에 퇴진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통일·안보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 사람이 대표적 강경 정책론자로 꼽혀온 만큼 차기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에 누가 오느냐가 중요한 변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