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이냐, 朴이냐…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보고서 두 개 쓰는 市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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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두 후보 간 공약이 달라도 너무 다르니, 완전히 정반대 내용의 정책 보고서를 두 개씩 준비하고 있습니다.”(서울시 고위 관계자)
최근 서울시 공무원들은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공약집을 분석하느라 바쁘다. 두 후보가 내건 선거 공약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지 선거 개표가 끝난 다음날부터 분야별 공약 분석 보고서를 신임 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두 후보의 공약을 모두 분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 후보와 박 후보가 내건 공약 중 큰 시각차를 보이는 분야가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용산 재개발’을 비롯한 부동산 분야다. 정 후보는 용산 재개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반면 박 후보는 ‘통합 개발’은 불가능하다며 분리·맞춤형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정 후보는 ‘재개발·재건축’에 중점을 두고 민간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반면 박 후보는 무분별한 개발 대신 주민이 참여하는 주거 재생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서울시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을 놓고도 두 후보의 시각차가 크다. 박 후보는 2011년 재보궐 선거 당시 자신의 핵심 공약이었던 이 사업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정 후보는 두 사업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두 후보가 정반대 공약을 내건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은 각기 정반대 내용의 보고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용산 재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주택정책실과 도시계획국,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 담당부서인 경제진흥실 공무원들은 죽을 맛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되는 현상”이라고 털어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